정보 취득의 실익 적거나, 심리적 부담 크면 회피·무시 정체성 포기 두려워 무지 택하기도
사람은 대부분 언제 죽는지 굳이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치명적인 질병과 관련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지, 신용카드 연체수수료가 얼마인지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지능이나 재능에 대한 저평가를 의도적으로 회피하거나 자기 선택에 부합하지 않는 정보와 그에 따른 부작용을 모른 체하는 경우도 흔하다. 신념과 충돌하는 사실을 왜곡해서 받아들이거나 원하는 결론을 내기 위해 갖가지 원인과 이유를 짜깁기하기도 한다.
스웨덴 린셰핑대 팅회그 교수 연구팀은 인간이 이처럼 특정 정보를 회피하거나 무시하는 이유를 살펴봤다. 인간 유형을 ‘경제적 인간’과 ‘직관적 인간’ ‘무지한 인간’ 등 3가지로 나눠 이론적으로 비교 분석했다.
경제적 인간은 정보를 고의로 회피하거나 무시하는 경우가 드물다. 이용할 수 있는 모든 정보가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유일한 예외는 정보를 얻는 데 드는 유무형의 비용이 해당 정보로 창출할 수 있는 이익보다 높다고 간주될 때다.
정보 취득 및 처리 비용보다 잠재적인 이익이 큰데도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무시하는 유형이 있다. 바로 무지한 인간이다. 이들은 자기 행동방식이나 생각, 도덕성이 다른 사람보다 낫다고 믿는다. 자기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제정신이 아니라고 치부하기도 한다. 기저에는 정체성을 지키려는 본능이 있다. 정체성 보호 본능은 무지한 인간의 인지적 엔진 역할을 한다. 정체성을 위협하는 정보를 주저없이 거부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요약하면 경제적 인간은 정보 취득 비용, 직관적 인간은 정보 처리의 심리적 비용이 너무 높을 때 무지함을 택한다. 무지한 인간은 가치관이나 신념을 포기해야 한다는 감정적 비용이 클 때 무지의 상태에 머문다.
정보 처리 능력만 따진다면 경제적 인간은 좋은 인간, 직관적 인간은 나쁜 인간, 무지한 인간은 이상한 인간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좋거나, 나쁘거나, 이상한 인간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아는 것’을 거부하는 성향을 공통으로 갖고 있다. 인간 유형별로 의도적인 무지가 언제, 왜, 어떻게 발생하는지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향하는 세상을 명확히 알 수 있고 바라는 세상을 설계할 수 있다. 필요한 정보 대부분이 도처에 존재하는 오늘날, 가장 현명한 선택은 결국 무지를 벗어나 확실히 아는 것이다.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swkwag@sookmyung.ac.kr
정리=백상경 기자 bae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