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감청 기밀문건 유출] 향후 외교관계 우려 목소리 나와 尹 “해당 사안 잘 살펴보라” 주문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출된 100여 건의 미 정보기관 기밀문서 중 하나. 이 문건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이스라엘의 지원 방안을 비롯해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지도부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사법 개편 반대 시위를 지원하고 있다는 내용 등 미국이 우방국들의 민감한 국내 정보를 수집한 정황이 담겨 있다. 이스라엘 당국은 해당 내용을 부인했다. SNS 캡처
미국 정보기관이 한국 등 동맹국 동향을 감청해 온 정황이 드러나면서 미국 내에서는 향후 외교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관련 내용을 보고받은 뒤 해당 사안을 잘 살펴보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8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유출 문건은 미국이 러시아뿐 아니라 동맹국에 대해서도 첩보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며 “동맹국과의 관계가 복잡해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 정보기관의 보안이 뚫린 것이어서 향후 주요 국가들과의 정보 공유 협조가 원활히 이뤄지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유출된 문서는 미국의 비밀 유지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고 했다. NYT도 “우크라이나 무기 공급을 위해 도움을 받아야 하는 한국과 같은 주요 파트너 국가와의 관계를 방해한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9일 브리핑에서 “과거의 전례, 다른 나라의 사례를 검토하면서 대응책을 검토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전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회의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관련 언급을 자제하면서도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미국과의 소통은 필요하다고 보는 기류다. 정부는 스노든 폭로로 주미 한국대사관 도청 의혹이 불거졌을 때도 외교 채널로 미국 측에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했다. “안보실도 (감청에) 안전하지 않은 것을 보니 외교부, 국방부도 감청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다만 이번 사태가 한미 관계를 근본적으로 흔들 정도는 아니며, 약 보름 앞으로 다가온 국빈 방미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할 문제지만, 현재로서는 한미 관계가 근본적으로 손상될 일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