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 차이잉원 귀국 맞춰 무력 시위 대만 공격 가정… 작년보다 강도높여
대만해협에 전투기 띄운 中 중국이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과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회동에 대한 ‘보복 조치’로 10일까지 사흘 동안 대만을 사방으로 포위하는 고강도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8일 중국의 전투기가 공중급유를 받으며 기동을 하고 있다. AP CCTV 뉴시스
더 가까워지는 美-대만 차이 총통(가운데)이 대만 수도 타이베이에서 열린 마이클 매콜 미 하원 외교위원장(왼쪽)과의 오찬 회동 중 건배를 하고 있다. 타이베이=AP 뉴시스
중국이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미국 권력서열 3위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의 5일 미 본토 회동에 반발하며 8∼10일 사흘간 대만을 사방으로 포위하는 고강도 무력 시위에 나섰다. 9일 관영 중국중앙(CC)TV는 이날 대만을 담당하는 인민해방군 동부전구가 대만과 주변 해역에서 핵심 목표물에 대한 모의 정밀타격 훈련을 실시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직후에는 ‘대만 봉쇄’에 중점을 둔 군사 훈련을 실시했지만 이번에는 ‘대만 공격’ 상황을 가정해 훈련하는 등 중국의 군사 위협 강도가 한층 높아졌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8일 동부전구는 “8∼10일 대만해협과 대만섬 북부, 남부, 대만섬 동쪽 해·공역에서 대만섬을 둘러싸는 형태의 ‘날카로운 검(利劍·이검)’ 연합 훈련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날 중국군은 군용기 45대와 미사일 구축함 ‘타이위안(太原)’을 중국과 대만의 실질적 경계선 역할을 하는 ‘중간선’ 안으로 침입시켰다. 9일에는 중국군 구축함과 쾌속정이 연합 함대를 이뤄 대만 남서부 지역의 목표물을 조준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중국은 10일 대만 북부 신주현에서 약 126㎞ 떨어진 핑탄현 일대에서 실탄 사격 훈련도 실시한다. 실탄 사격 훈련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직후 약 8개월 만이다.
中 군용기 45대 ‘대만 중간선’ 넘어… 美 “中행동 면밀 주시” 경고
차이잉원 방미… 대만해협 긴장 고조
中, 오늘까지 ‘날카로운 검’ 훈련
군용기 129대-군함 18척 보내
내년 美-대만 대선 앞두고 공세
美, 방공구역에 초계기 ‘P-8A’ 투입
미국 또한 ‘P-8A 포세이돈’ 초계기를 8일 대만 남서부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시키며 중국과 맞섰다. 이날 인민해방군의 미사일 구축함 ‘타이위안(太原)’함은 사실상 중국과 대만의 경계선인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어 대만 남부 팡랴오향 해안에서 약 44㎞ 떨어진 곳까지 근접했다. 대만군 또한 3000t급 ‘캉딩급’ 호위함과 해경 함정을 긴급 파견해 한때 중국과 대만 함정의 거리가 불과 5.5㎞까지 근접하는 초긴장 상황이 벌어졌다.
최근 서구 군사 전문가들은 중국이 각각 내년 대선을 치르는 미국과 대만의 혼란스러운 국내 상황을 이용해 당초 알려진 2027년보다 대만 침공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분석을 속속 내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중국의 대만 모의 공격, 미국과 중국의 군사 대치가 우려할 수준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 中, 대만 ‘봉쇄’→‘침공 상정’ 훈련
8일 중국 관영 중앙(CC)TV가 촬영한 영상에서 중국 군함이 대만해협을 항해하고 있다. 중국은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의 회동에 대응해 이날부터 사흘간 대만을 사방으로 포위하는 형태로 강도 높은 무력 시위에 나섰다. 신화 AP 뉴시스
지난해 8월 중국의 군사 위협은 대만의 주요 항구와 항행로를 장악하고 대만 해·공역을 봉쇄해 대만을 고립시키는 목적이 강했다. 이번에는 대만 공격 상황을 상정한 훈련임이 역력하다. 9일 중국중앙(CC)TV는 이날 인민해방군 동부전구가 대만과 주변 해역에서 핵심 목표물에 대한 모의 정밀 타격 훈련을 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같은 날 중국군 구축함과 쾌속정 또한 연합 함대를 이뤄 대만 남서부 지역의 목표물을 조준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 대만 언론 “中, 美-日 연합훈련 이름 베껴” 조롱
미국은 8일 대표적 초계기인 ‘P-8A 포세이돈’을 대만 남서부 ADIZ에 투입해 대만 방어 의지를 과시했다. 이날 미 국무부 대변인은 “중국의 행동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중국군에 자제 및 현상 유지를 촉구했다. 주대만 미국대사관 격인 미국 재대만협회(AIT)도 9일 “중국이 의도적으로 대만해협에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다”라고 반발했다. 6일부터 대만을 방문 중인 마이클 매콜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대만에 신속한 무기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힘을 통한 평화가 진짜”라고 했다.
대만 쯔유(自由)시보는 9일 중국군의 훈련 명칭(‘이검’)을 두고 “미국과 일본의 연례 연합 군사훈련 ‘킨소드(Keen Sword·예리한 검)’를 그대로 베꼈다”고 꼬집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