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 A 씨는 3년 전 랜덤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한 남성을 만났다. 친근하게 다가온 그가 건넨 자양강장제를 받아 마신 게 화근이었다. A 씨가 음료를 마시고 나자 남성은 태도가 돌변했다. 그는 “자양강장제에 필로폰을 타 두었고, 그걸 마셨으니 너는 이제 마약 중독자”라며 A 씨를 윽박질렀다. 남성은 “내 말을 듣지 않으면 마약 사범으로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협박해 A 씨의 휴대전화를 빼앗고 감금했다. 성매매까지 강요했다. A 씨는 일주일 만에 탈출해 공중전화로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센터(1899-0893)로 전화를 걸었다. 센터는 A 씨가 당한 범행을 관할 경찰에 신고했다.
박영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센터장이 7일 서울 영등포구 중독재활센터 사무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타의로 마약을 투약 당했을 경우 즉시 경찰에 신고해야 ‘증거’를 채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재명기자 base@donga.com
당시 A 씨의 전화를 받았던 박영덕 센터장(59)은 7일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마약 중독 상담을 받으러 오는 사람 10명 중 1, 2명은 타의로 마약을 처음 투약한 뒤 중독에 이른 사례”라고 말했다. 최근 발생한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과 같이 누군가 건넨 물질이 마약인 줄도 모르고 복용하거나, 마약인 줄 알았더라도 강요로 복용하는 등 범죄에 의한 마약 입문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타의로 마약을 투약하게 됐을 경우 즉시 경찰에 피해 사실을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약 판매상이 수요 창출을 위해 마약을 권하는 경우도 흔하다. 대마 등을 구매하던 기존 구매자에게 필로폰처럼 중독성이 더 강력한 마약 1, 2회분을 무료로 제공하며 유혹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박 센터장은 “‘더 강한 것’을 해 보라는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운 마약 사용자들의 심리를 교묘히 파고드는 행위”라고 말했다.
‘던지기(지정된 장소에 마약을 숨겨두고 구매자가 찾아가게 하는 거래 방식)’를 하는 말단 유통책이 대상이 되기도 한다. 박 센터장은 “마약 판매상은 이런 식으로 투약자 명단을 만들어 두고 본인이 검거됐을 때 경찰에 제출하는 용으로 사용한다”며 “‘큰 손 고객’은 보호해 두고 본인이 출소 후 다시 약을 팔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영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센터장이 7일 서울 영등포구 중독재활센터 사무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타의로 마약을 투약 당했을 경우 즉시 경찰에 신고해야 ‘증거’를 채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물론 가장 중요한 건 이러한 피해를 애초에 당하지 않는 것이다. 박 센터장은 “당연한 이야기지만 낯선 사람이 주는 음료나 약은 절대 마시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