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비명계, 이재명 직격…“개딸 팬덤정치 굉장히 위험”

입력 | 2023-04-10 16:41:0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3.4.10/뉴스1


더불어민주당의 비명(비이재명)계가 10일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고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을 겨냥해 “극단적 팬덤 정치는 한국 민주주의에 굉장히 위험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낙연계 싱크탱크인 ‘연대와 공생’이 행사를 주관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장인상을 치르기 위해 8일 미국에서 일시 귀국한 가운데 열린 이날 토론회에는 친이낙연계 뿐 아니라 비명(비이재명)계 전·현직 의원들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이 나라를 ‘유튜브 무당’과 팬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을 선동하는 저질 지도자들에게 맡길 수 없다”는 등 개딸 뿐 아니라 이 대표를 직격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 “‘태극기’와 ‘개딸’ 극단적 팬덤 정치”
토론회는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치공황의 시대,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열렸다. 팬덤정치와 정치적 양극화 문제 등이 주요 논의 주제였다. 이날 토론회는 친문(친문재인)계인 홍영표 의원이 주최했으며 친이낙연계 김철민 윤영찬 의원과 신경민 전 의원을 비롯해 비명계인 박용진, 조응천 의원이 참석했다.

홍 의원은 개회사에서부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극단적 지지자들이 선거 패배 후 미국 의회를 점거했던 사건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한국도 ‘태극기’와 ‘개딸’로 상징되는 극단적인 팬덤정치가 우리 한국의 민주주의 현주소”라며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신 전 의원은 “지난 2월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수박’(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이란 뜻의 은어)’ 리스트가 돌아다녔는데 나는 현역 (의원)도 아닌데 리스트에 있더라”며 “정치 팬덤이 가짜뉴스를 제공하는 ‘무당급 유튜브’와 정치 지도자들과 결합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결국 무당이 여야 지도자들과 긴밀하게 결합돼 당헌·당규, 공천, 국가 정책까지 주무르고 있다. 이들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며 “자기 지지자들에게만 호소하는 정치를 해선 안 된다”고 일갈했다. 이 대표가 지난 대선 패배 이후 개딸들과의 접점을 의도적으로 늘리면서 개딸들의 테러를 사실상 방관했다는 지적으로 해석된다.



 ● “의석수 앞세운 ‘근육 자랑’ 안 돼” 자성 
내년 총선을 1년 앞두고 열린 이날 토론회에선 선거 승리를 위해 민주당의 ‘입법 폭주’ 등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조응천 의원은 “우리가 다음 총선에서 절대 압도적인 승리를 해야 한다, 아니면 궤멸적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하지 않느냐”며 “압도적 승리를 한 다음에 어떻게 할 것인지, (그 때도) 계속 이 의석수를 바탕으로 힘 자랑, 근육자랑을 더 하겠다는 취지라면 (승리 필요성에) 국민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의석수를 앞세운 국회 내 독주에 제동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조 의원은 “여야 간 협치, 타협, 양보가 사라진 지 너무 오래”라며 “우리한테 표를 준 국민들의 뜻을 잘 받아세우는 정치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김철민 의원도 “여야가 공생과 상생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국민들의 요구인 것 같은데 제 눈엔 전혀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라며 “민주당 내에서만이라도 정당의 민주화와 사당(私黨) 방지 등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날 선 비판에 대해 친명(친이재명)계는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한 친명 관계자는 “이 대표가 이미 강성 지지자들을 향해 여러 번 자제를 당부했다”며 “어디에나 강성 팬덤은 있기 마련이고,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의 강성 지지자들도 과격한 표현을 많이 쓰지 않았나”라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토론회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다만 측근들에게 이날 토론회를 앞두고 “한국 정치 현실을 진단하기 위한 이번 자리가 단지 학문적 분석으로 끝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대안을 모색하고 실천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