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출된 미국 기밀문서에는 러시아 전투기가 지난해 영국 정찰기를 향해 미사일을 쏴 격추시킬 뻔했던 일촉즉발의 상황이 담겨있다. 실제로 격추가 이뤄졌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이 미국을 비롯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러시아 간 직접적인 충돌로 확전되는 중대한 분기점이 될 수도 있었다. 다만 문건의 진위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9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유출된 문건을 인용해 지난해 9월 러시아 전투기 2대가 흑해 상공을 정찰 중이던 영국 정찰기 ‘리벳조인트(RC-135)’를 따라붙었으며, 이들 중 1대가 리벳조인트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전했다. 미사일은 빗나갔지만 만약 영국 군용기가 격추됐으면 나토와 러시아 간 군사적 충돌로 비화될 수도 있는 사안이었다. 나토 가입국이 무력 공격을 당할 경우 미국, 영국 프랑스 등 회원국들이 집단 대응하도록 조약에 규정돼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벤 왈라스 영국 국방장관은 영국 하원에 나와 당시 러시아군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격추 시도’ 대신 ‘기술 결함으로 인한 오작동’이라고 설명했다. WP는 러시아와의 직접적인 대결은 피하려는 서방의 ‘균형 전략’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