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지하철 7호선 강남구청역 일대에서 ‘필로폰 음료’를 들고 있는 피의자들. 강남경찰서 제공
서울 강남구 학원가 일대에서 이른바 ‘필로폰 음료’를 속여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학부모를 협박한 일당들이 중국 내에서 ‘마약 마련’과 ‘도구 준비’ 등으로 역할을 나눠 분업화된 형태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경찰에 따르면 중국에서 범행을 총괄 지휘한 20대 한국인 남성 이모 씨는 현지에서 중국 국적의 중간 관리책 2명과 함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중간 관리책 A 씨는 중국에서 국내 마약 판매상과 접촉해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필로폰 등 마약을 강원 원주시에 있는 음료 제조자 길모 씨(검거)에게 전달하게 했다.
다른 중간 관리책 박 씨는 음료병과 박스, 판촉물 인형 등 범행 도구를 길 씨에게 국제택배로 보냈다. 길 씨는 각각 다른 경로로 얻은 마약과 범행 도구로 제조한 ‘필로폰 음료’를 퀵서비스와 고속버스 택배 등으로 서울에 있는 ‘실행조’에게 전달했다.
또, 경찰은 범행을 기획한 이 씨의 윗선에 중국 보이스조직 ‘총책’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또 한국인 남성 이 씨에 대해선 “체포영장 발부와 국제공조 수사, 여권 무효화를 같이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이 국내에서 유통시키려 했던 ‘필로폰 음료’ 100병 중 18병이 실제 학생들에게 건네졌으며 이 중 7병을 피해자들이 마셨고, 3병은 받기만 하고 마시진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나머지 8병을 실제로 마신 피해자가 더 있는지는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로부터 협박 전화 또는 메시지를 받은 건 7건”이라며 “이 중에는 전화로 1억 원을 요구한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다만 실제로 송금한 경우는 없었다.
경찰은 ‘실행조’ 4명 중 가장 뒤늦게 검거된 20대 여성 김모 씨가 과거 보이스피싱 범죄에서 현금수거책으로 활동했던 전력도 파악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가 총 2억여 원의 피해 금액이 발생한 보이스피싱 범죄 11건에 연루됐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한편 대검찰청·경찰청·관세청·교육부·식품의약품안전처·서울시는 이날 ‘마약 범죄 특별수사본부’(특수본)를 신설했다고 밝혔다. 특수본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형사국장을 공동본부장으로 하고 검찰 377명, 경찰 371명, 관세청 92명 등 총 840명으로 구성됐다.
송유근 기자 big@donga.com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장은지 기자 j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