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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비대면 진료 스타트업[기고/최성진]

입력 | 2023-04-11 03:00:00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우리는 영양제나 팔아야겠어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비대면 진료 관련 의료법 개정안 논의로 하루아침에 문을 닫을 수도 있게 된 비대면 의료 스타트업 직원의 말이다. 국내 코로나19 위기 경보가 조만간 하향 조정되면 비대면 진료의 법적 근거는 사라진다. 비대면 진료가 갑자기 중단되면 이용자들이 큰 불편을 겪는 것은 물론이고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은 사라지게 된다. 이에 대비해 비대면 진료 제도화에 대한 논의가 다양하게 진행돼 왔다.

보건복지부는 3월 12일 비대면 진료 실적에 대해 “2020년부터 약 3년간 1379만 명이 3661만 건의 비대면 진료를 이용했으며, 만족도는 87.9%에 달했다. 의료 사고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며 6월까지 비대면 진료 법제화를 마치겠다고 발표했다. 국회에서도 3월 21일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관련 의료법 개정안을 심사하며 논의가 시작됐다.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추진하는 것은 분명 환영할 일이다.

그런데 내용을 들여다보면 비대면 진료 범위를 ‘초진 환자’가 아닌 ‘재진 환자’로 축소했다. 그 외에 여러 조건도 붙였다. 이런 기준으로 의료법이 개정되면 비대면 진료의 의미가 없어진다. 비대면 진료 앱 이용자의 99%가 초진 환자인데, 영역이 대폭 축소되어 더 이상 서비스를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혁신 서비스는 증발하고 손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 된다. 비대면 진료를 활용하던 의료진도 3분의 2가 지속적인 이용을 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런 식으로 의료법 개정안이 진행되는 데에는 일부 직역단체가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초진 허용 법안이 최근에야 한 건 발의됐으나 직역단체의 목소리에 묻히지 않을까 걱정된다.

직역단체와 갈등을 겪는 스타트업은 비대면 의료 분야만이 아니다. 법률, 세무, 모빌리티, 헬스케어 등 다양한 영역에서 현재 진행형이다. 리걸테크 스타트업은 변호사협회의 10년 동안 계속된 소송 제기에 운영이 어려워져 결국 직원 절반을 줄이는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모빌리티 서비스 타다의 사업 종료는 우리 사회에 큰 충격으로 남아있다. 최근 한 스타트업 대표는 “발전시켜야 할 기술이 너무 많은데 내부 싸움에 발목을 잡혀 세계로 뻗어나가지 못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초 신년사와 기업인들과의 자리에서 “스타트업 코리아의 시대를 열겠다”며 “창업과 규제 개선에 적극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지금이 바로 그런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스타트업은 최근 글로벌 경제 위기와 투자난 등 어려움에 처해 있다. 혁신의 불꽃이 전문 직역단체와의 갈등에 스러지는 일은 막아야 한다. 스타트업이 사라지면 어떻게 스타트업 코리아를 실현시킬 것인가. 우리 스타트업이 성장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선례를 만들어내 주길 기대한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