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 재택근무 시행하는 회사도 등장 워라밸 향상-비용 절감 등 장점 다수… “근무형태 다양해지며 향후 더 늘 것” 도입기업엔 무료 컨설팅 제공하고, 유연근무제 활용 땐 간접노무비 지원
게티이미지코리아
지난해 7월 여성 경제인 행사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한 기업의 아기띠 제품을 직접 착용하고 사진을 찍어 화제가 됐다. 그 아기띠를 만든 육아용품 기업 ‘코니바이에린’은 지난해 연 매출만 268억 원에 이른다. 전 세계 120여 개국에 제품을 판매한다. 하지만 이 기업은 본사 사무실이 없다. 총 45명의 전 직원이 재택근무를 한다.
임이랑 코니바이에린 대표도 서울에 있는 본인의 집에서 일하고 손님을 맞는다. 따로 출근할 필요가 없다 보니 직원들의 근무장소도 지방은 물론이고 일본, 호주 등 해외까지 다양하다. 직원 채용도 모두 화상 면접으로 진행됐다. 임 대표는 “두 아이의 엄마로서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했고 지금의 근무방식을 채택하게 됐다”며 “이런 근무형태를 보고 채용에 지원했다는 지원자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 지난해 재택근무 활용 근로자 96만 명
그다음에 해야 할 것은 화상기기와 원격근무 시스템 준비였다. 홈 네트워크 기기·기술 업체인 ㈜코맥스는 재택근무를 위해 외부에서도 사내망에 접속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축했다. 김형국 ㈜코맥스 경영지원팀 차장은 “단순히 원격 프로그램만 들인 게 아니라 보안 프로그램을 보완해서 원격으로 안전하게 사내 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근무 운영규칙도 짜야 했다. 모바일 앱 개발업체인 ㈜헬릭스테크는 재택근무에 맞게 운영지침과 근로계약서를 새로 정비하고 출퇴근 기록과 업무일지 공유 방법을 정했다. 사무실 필요인력도 있기 때문에 재택근무도 A, B조로 나눠 교차로 하도록 했다.
● 재택 ‘주춤’, 과거로 후퇴 아냐
하지만 코로나19가 엔데믹(endemic·풍토병)을 맞으면서 최근 들어 재택근무 횟수를 줄이거나 없애는 기업도 적지 않다. 미국 엔터테인먼트 기업 디즈니는 주 2회이던 재택근무 횟수를 올해 들어 주 1회로 줄였다.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도 직원들에게 “사무실에 출근해 매주 최소 40시간 근무해야 한다”고 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그러나 재택근무 활용 감소가 과거로의 ‘후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서형도 한국표준협회 컨설팅 그룹장은 “재택근무자 수는 다소 줄 수 있으나 재택 덕에 확산된 유연한 근무 분위기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중요한 건 근무장소가 아니라 근무방식”이라고 말했다.
실제 재택근무를 도입한 기업들 대부분이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시차출퇴근제나 주당 근무시간을 재량에 맞게 운용하는 선택근로제를 함께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언급한 A사도 재택을 줄인 대신에 직원들이 원하는 때 출근해 원하는 만큼 일하다 퇴근하는 유연 근로를 시행하고 있다. A사 관계자는 “재택근무 이전에는 없던 시스템”이라고 전했다.
● 근무방식 다변화… 장기적으로 더 늘 것
코니바이에린처럼 재택근무를 전면 확대하는 기업도 있다. 서 그룹장은 “근무방식이 기업 필요에 따라 다변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충남 아산에서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장비를 제작하는 ㈜제이에스티 연구팀 관계자는 “우리처럼 지방에 있는 회사들은 장거리 통근이 힘들다는 이유로 이직, 퇴사를 고려하는 직원이 많아 재택근무를 도입하는 게 이득”이라고 전했다. 정부도 장기적으로는 재택근무 활용 근로자 수가 늘 것으로 보고 관련 지원을 계속할 방침이다. 재택근무 도입을 원하는 기업이 신청하면 12주 동안 무료로 컨설팅을 제공하는 ‘재택근무 종합컨설팅사업’, 재택근무 등 유연근무제를 활용하는 중소·중견기업 사업주에게 간접노무비를 지원하는 사업 등이다. 자세한 내용은 고용부, 일생활균형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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