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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청부살인까지 부른 코인 사기… 피해 방지법 왜 뜸들이나

입력 | 2023-04-11 00:00:00

‘강남 납치·살해 사건’의 피의자 이경우(왼쪽부터), 황대한, 연지호가 9일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29일 오후 11시46분쯤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아파트 앞에서 40대 여성을 납치해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2023.4.9/뉴스1 ⓒ News1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발생한 40대 여성 납치 살인 사건은 가상화폐(코인) 투자를 둘러싼 원한에서 비롯된 청부살인으로 사실상 결론 났다. 그제 경찰은 범행을 실행한 3인조 등 4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한탕주의의 코인 광풍이 급기야 살인까지 불러왔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이 준 충격이 크다. 무법천지가 되고 있는 코인 시장을 이번 기회에 제대로 손보지 않는다면 유사한 범죄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현재 코인 시장에서는 시세 조종, 불법 상장, 다단계 사기 등 각종 불법이 판치고 있다. 국내 코인 관련 범죄 피해액은 최근 5년간 4조7000억 원에 이른다. 50조 원대 피해를 입힌 테라·루나 사태에서 보듯 한 번 발생하면 피해 규모도 천문학적이다. 코인을 매개로 한 강력 범죄도 늘고 있다. 코인 투자 실패를 비관해 자녀를 살해하거나, 코인으로 진 빚을 갚기 위해 강도를 저지른 경우도 있다.

코인을 이용한 범죄가 증가하는데도 코인 시장을 규율하는 법이 없다는 게 문제다.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으니 사기의 확산을 막기 힘들다. 자본시장법으로 처벌하려면 코인의 증권성이 인정돼야 하고, 사기죄를 적용하려면 고의성이 입증돼야 하는데 쉽지 않다. 검찰이 코인 사기 관련자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해도 법리적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법원에서 기각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다 보니 최근 해외에서 체포된 권도형에 대해서도 국내로 송환하지 말고 차라리 미국으로 보내 강력히 처벌하자는 목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가상자산을 다루는 별도 법이 있으면 증권성을 따지는 까다로운 과정 없이도 처벌이 가능하다. 하지만 가상자산 관련 법안은 2년 전 국회에 처음 발의된 이후 그동안 18건이나 발의됐지만 제대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코인 시장의 불법행위를 막고 범죄로부터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당장은 현 법체계로 처벌할 수 있는 법리 보강에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 미국 금융당국이 테라·루나를 증권으로 판단한 것이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단기간에 큰돈을 벌겠다는 탐욕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까지 확산되도록 더 이상 내버려 둬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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