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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다스리는 일타요법…“000을 상상하세요”[지나영의 마음처방]

입력 | 2023-04-11 03:00:00


지나영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소아정신과 교수

불안은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유전자에 새겨진 본능과 같다. 불안을 느끼면 몸이 긴장한다. 호흡이 가빠지고 심박수도 빨라진다. 그래야 위험 상황이 닥쳤을 때 바로 대처할 수 있다. 이때 주로 심장과 근육으로 혈류가 더 많이 가는데, 재빨리 달아나거나 죽기 살기로 싸울 경우 신체에 산소를 충분히 공급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불안은 생물학적으로 위험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정상 반응이다.

그렇다면 불안장애란 무엇일까? 실제 위험이 존재하지 않거나 위험이 아주 미미한데도, 주어진 자극보다 더 과도하게 불안을 느끼는 증상을 뜻한다. 범불안장애, 사회불안장애, 공황장애, 특정 공포증 등 종류가 다양하다. 이들 불안은 심리적인 통증을 유발할 뿐 아니라 신체적인 증상까지 동반한다. 방치하면 우울 증상도 겪을 수 있어 치료를 받는 게 좋다.

불안을 가라앉히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중요한 면접이 있어 택시를 탔는데 길이 꽉 막혀 택시가 움직이지 않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면접을 놓치는 건 아닌지, 중요한 인생 기회를 놓치는 건 아닌지 하는 불안한 생각이 계속 떠오를 것이다. 심장이 뛰고 식은땀도 흐를 것이다. 하지만 불안에 떤들 도착 시간은 바뀌지 않는다. 게다가 긴장이 높으면 면접에서도 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그러니 택시 안에서는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라앉히는 것이 최선의 대응일 것이다.

불안감이 커질 때는 이렇듯 택시 안 상황을 떠올려 보자. 바꿀 수 없는 상황을 붙들고 불안해한다는 것을 알아채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 뒤엔 몸을 이완시켜야 한다. 편안한 자세로 앉거나 누운 뒤 눈을 감고 천천히, 깊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자. 그러면서 몸 위쪽부터 긴장을 풀어주자. 의식적으로 숨을 들이마시고 내쉴 때 두피, 미간, 눈 뒤쪽 근육의 힘을 빼고 턱관절도 풀어준다. 목, 뒤, 어깨 등을 손으로 주물러도 좋다.

이완된 몸에는 불안한 생각이 머물 수 없다. 신체를 이완시키면 감정도 편안해진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호흡과 더불어 몸을 이완하는 과정은, 몸이 머리에 ‘지금 불안한 상황이 아니야’라고 말해주는 것과 같다. 날숨에 ‘평온하다’고 읊조리면 더 좋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고, 나는 택시를 탔으며, 달리는 택시 안에서 불안해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는 내 마음을 진정시키는 것이 가장 이익이다.’ 이렇게 생각의 방향을 바꾸기만 해도 내 안의 불안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제 당신은 더 이상 불안에 사로잡힌 포로가 아니다. 불안을 다스릴 줄 아는 캡틴이다.





※ 지나영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2020년 10월 유튜브 채널 ‘닥터지하고’를 개설해 정신건강 정보와 명상법 등을 소개하고 있다. 4월 기준 채널의 구독자 수는 약 17만5000명이다. 에세이 ‘마음이 흐르는 대로’와 육아서 ‘세상에서 가장 쉬운 본질육아’의 저자이기도 하다.

지나영 교수의 ‘불안이 몰려올 때 택시요법’(https://www.youtube.com/live/5i_PW-hJC30?feature=share)
지나영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소아정신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