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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11일 기준금리를 2연속 동결한 것은 사실상의 ‘인상 종료’라는 해석이 빗발친다. 현 금리 고점을 적어도 연말까지 유지하는 일종의 행군이 시작된 셈이다.
앞으로 통화정책방향의 관건은 이 같은 행군 중 물가와 경기가 어떤 속도와 수준으로 꺾이는지다.
한은에 따르면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연 3.50%인 기준금리를 그대로 유지했다. 지난 2월에 이은 2회 연속 동결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 입장에선 추가 인상 명분이 없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물가는 안정적인데 경기가 좋지 않고 미국도 (통화 긴축을) 추가 가속하지 않는다면 시장을 지켜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물론 전문가들도 앞으로 한은이 향후 물가나 미국의 긴축 속도 등에 따라 통화정책의 경로를 고민할 수는 있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이들 요소가 한은을 실제 인상으로 이끌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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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감산은 예전만큼 여파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산유국들은 유가 상승을 유도하는 게 아니라 바닥을 막아놓고 싶은 것이고 러시아산 석유 수입에 열을 올리는 인도 때문에도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물가가 다시 뛰지 않으면 한은의 추가 인상 명분은 설 자리가 좁아진다.
여기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연체 문제 등이 연쇄 금융 불안을 일으킬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기준금리 인상은 그 자체로 위험성을 내포한다.
물가가 위험하지 않은데 금리를 올려 오히려 위험을 자초하는 선택지는 상상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처럼 한은의 추가 인상 여력이 제한된 탓에 시장은 향후 동결을 사실상 확정지은 채로 ‘언제 긴축이 종료될지’ 시선을 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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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에 관해서라면 정부와 한은은 비교적 낙관적인 흐름을 제시하고 있다.
앞서 한은은 지난달 4%대로 낮아진 물가 상승률이 계속해서 추세적인 둔화세를 이어가 연말에는 3%대 초반으로 내려가는 경로를 전망한다고 밝혔다.
정부도 비슷한 전망을 내놓는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돌발 변수가 없으면 물가는 계속 서서히 내려갈 것”이라며 “4~5월에는 3%대 물가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한은은 지금의 기준금리가 이미 중립금리를 웃도는 긴축적 수준의 금리라고 밝힌 바 있다. 중립금리란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물가 하강) 압력을 일으키지 않는 금리 수준을 뜻한다. 금리가 계속 이대로면 물가는 자연스레 꺾일 공산이 크다.
문제는 경기다. 한은은 우리나라 경기가 이번 2분기에 바닥을 치고 하반기 반등하리라 기대 중이다.
하지만 올 들어 계속되는 무역적자, 지난 2월 기록된 경상수지 두 달 연속 적자 등을 고려하면 향후 회복 경로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수출 경기 반등이 기대되나 회복 경로는 불확실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며 “중국과 국내의 재고 부담 등을 고려하면 수출 경기의 극적인 반등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장 일각에서 한은의 연말 기준금리 인하 전망을 제기하는 이유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경기 하강 속도가 글로벌 대비 급속한 터라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 하락 폭이 커지고 하반기 인하 압박이 강해질 것”이라며 “오는 4분기 한 차례 인하를 전망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