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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규장 대한당뇨병학회 이사장(영남대병원 내과 교수)
의사과학자란 용어가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의사면 의사, 과학자면 과학자이지 의사과학자가 어떤 일을 하는지 이름만 봐서는 짐작을 하기 어렵다. 간략하게 정의하면 의사과학자는 의사 면허를 취득한 이후에 과학자가 된다. 필자는 의사과학자의 범주를 크게 두 군으로 나눠서 생각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는 의사가 된 뒤 환자 진료는 일절 안 하고 연구에만 전념하는 의사다. 의대를 입학해서 일단은 의사는 됐지만 그 이후에 의학 이외 분야의 과학자가 되는 의사를 의사과학자라고 할 수 있다.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예가 전공의 과정을 생략하고 의대 기초의학교실로 가는 경우다. 이외에도 의대 졸업 후에 현재의 의과학대학원 등에 진학해서 의학뿐만 아니라 수학이나 공학 등을 공부하는 경우도 있다.
두 번째는 진료와 과학적 연구를 병행하는 의사다. 즉, 전공의와 전문의 과정을 끝내고 교수로서 진료를 보면서 환자 치료에 꼭 필요한 약물 개발, 의료기기 개발 등의 연구에 뛰어드는 경우다. 연구 성과를 발전시킨 뒤 사업화해서 회사의 최고경영자(CEO)가 되는 의사도 많다. 또한 임상 전문의 취득 후에 기초학교실로 가서 교수로 재직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의사과학자는 연구 결과를 과학자 및 일반인 모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의료 지식을 발전시키고 환자 치료를 개선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의료 및 과학 커뮤니티에서 핵심적인 구성원이 될 수도 있다.
연구를 수행하는 것 외에도 의사과학자는 의학 연구 분야에서 경력을 쌓는 데 관심이 있는 학생 및 기타 연구원에게 멘토 역할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종종 의학을 연구하는 이학박사(의학 연구자)와 의사과학자의 구별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의사과학자와 의학연구자 모두 새로운 치료법이나 진단 도구 개발에 참여할 수 있다. 다만 의사과학자는 일반적으로 임상 의학 및 환자 치료에 더 중점을 두는 반면 의학연구자는 과학적 발견에 더 중점을 둔다. 궁극적으로 의사와 의학연구자 간의 협업이 필요한 이유다.
이상적인 의사과학자는 의학에 대한 기본 지식과 과학 연구에 대한 열정을 모두 갖춘 사람이다. 대부분의 성공적인 의사과학자는 임상 의학과 과학 연구 사이의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열정, 추진력, 전문 지식을 모두 갖추고 있으며 의학 지식을 발전시키고 환자 치료를 개선하는 데 전념한다고 말할 수 있겠다.
요즘 고교 졸업 후 의대에 입학하기는 매우 어렵다. 이공계 입학을 마다하고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의대에만 맹목적으로 매달리는 동안 과학의 국가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방면의 전문가들이 노력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필자는 의대 교수로 재직하는 동안 의대 입학 뒤 의사가 되는 길을 선택하지 않고 순수 학문인 자연과학으로 전공을 바꾼, 적지 않은 제자들을 봐 왔다.
원규장 대한당뇨병학회 이사장(영남대병원 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