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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에서 돈 없어졌다” 39년 함께 한 아내 살해한 70대 ‘중형’

입력 | 2023-04-11 15:13:00

광주 고등법원./뉴스1 DB


‘주머니에서 돈이 없어졌다’며 39년을 함께 살아 온 아내를 둔기로 잔혹하게 살해한 7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광주고법 형사2-3부(재판장 박성윤)는 11일 살인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8년형을 선고받은 A씨(76)의 항소를 기각했다.

A씨는 지난해 6월24일 오전 8시39분쯤 주거지인 전남 목포시 한 아파트에서 아내 B씨(사망 당시 74세·여)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39년 가까이 함께 살아온 부부였다.

당시 A씨는 주먹과 발로 B씨를 수차례 가격해 넘어뜨린 뒤 각종 둔기류로 얼굴과 가슴 등 온몸을 내려쳤다.

A씨는 현관문 밖으로 도망가는 B씨를 뒤쫓아가 무차별 폭행했다. 도움 요청을 받은 이웃은 두려움에 집 안으로의 피신을 도울 수 없었고, 결국 이사 중이었던 다른 이웃집으로 피신한 B씨는 119에 의해 겨우 병원으로 옮겨졌다.

B씨는 병원으로 옮겨진 지 3시간 만에 숨을 거뒀고 A씨는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만취한 A씨는 자신의 바지 호주머니 속에 넣어둔 90만원을 찾지 못하자 아내가 돈을 꺼내갔다고 생각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1심과 2심 재판 과정에서 “흉기를 이용해 폭행한 적이 없고, 살인의 고의도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부검 결과 B씨는 교통사고에 버금가는 다발성 손상을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흉기로 피해자를 무차별적이고, 반복적으로 때렸다. 피해자는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에게서나 확인될 정도의 신체 손상을 입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결국 사망했다”고 판시했다.

특히 “범행 수법이 잔혹하다. 피해자가 사망 직전까지 받았을 극심한 두려움과 신체적 고통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범행의 죄질이 지극히 나쁘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별다른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피고인이 장기간 사회로부터 격리된 상태에서 잘못을 참회하고 피해자에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흉기에서 피해자의 DNA가 검출되는 등 살해 고의가 인정된다”면서 “사소한 이유로 오랜 기간 살아온 배우자를 무차별 폭행해 사망하게 한 죄질이 나쁘다. 항소를 기각한다”고 말했다.

(광주=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