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산불] ‘火風’으로 불리는 봄철 강원 서풍, 2005년 양양 등 3, 4월 집중 피해 강릉 최근 강수량 평년 절반 그쳐… 불 잘붙는 소나무숲 불쏘시개 돼
● 대형 화재 만든 ‘양간지풍’
이날 강원 영동 지역에는 초속 30m(시속 108km)가 넘는 강한 바람이 불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양양 설악산 초속 37.8m(시속 136km), 고성 현내면 30.6m(110km), 동해 30.1m(108km), 강릉 연곡면 28.7m(103km) 등의 강풍이 관측됐다. 풍속에 따라 태풍의 세기를 5단계로 나누는데 초속 33m 이상 44m 미만은 기차 탈선 등 피해가 발생하는 ‘강’(3단계) 태풍에 해당한다. 비록 순간적이지만 ‘강’ 태풍급 바람이 분 셈이다.
이날 전국적으로 강풍이 불었어도 최대풍속은 초속 20m(시속 72km) 전후였다. 유독 강한 강원 영동 지역 바람은 한반도 상공의 ‘남고북저(南高北低)’ 기압 분포에 따른 ‘양간지풍(襄杆之風)’ 때문이었다.
2005년 낙산사를 태운 양양 대형 산불, 2019년 4월 고성·속초 산불, 지난해 3월 울진·삼척 산불 등 강원 지역에선 봄철 ‘양간지풍’으로 인해 작은 불씨가 대규모 화재로 번지곤 했다. 이 때문에 예부터 양간지풍은 불을 부르는 바람이란 뜻의 ‘화풍(火風)’으로 불렸다.
11일 오전 강원 강릉시 난곡동에서 주민들이 불타는 집을 뒤로하고 긴급히 대피하고 있다. 강원도민일보 제공
● 강릉 2주간 강수일수 단 하루
설상가상으로 강릉과 고성, 동해 등은 건조경보가 내려질 정도로 대기가 바짝 마른 상태였다. 특히 강릉의 경우 최근 2주간 강수일수가 하루에 불과했고 강수량도 평년 대비 50.5%에 불과해 땅마저 건조했다. 불이 난 강릉 지역 산림에 소나무가 빽빽한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소나무는 사시사철 나뭇잎이 있는 침엽수이고, 휘발성 물질을 갖고 있어 불에 타기 쉬운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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