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간) 미 수도 워싱턴에서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미국 은행 시스템은 견고해 신용 경색 우려가 없다며 미국 경제는 6개월 전보다 더 나아졌다고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이날 신용경색이 자칫 세계경제를 1% 성장의 침체로 끌어내릴 수 있다고 경고한 것과 비교해 낙관론을 펼친 셈이다.
●옐런 “美 신용 강력” VS IMF “금융 위험 우려”
11일(현지시간) 옐런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신용이 위축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가능성은 있지만 이 단계에서 신용이 위축되고 있다는 증거를 보지 못했다”며 “미국경제는 지속적으로 견고한 고용 속에 인플레이션은 하락하고 있다. 위험 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경기침체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사태 이후 미국 은행들이 신용 공급을 축소해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자 옐런 장관은 문제가 없다고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 수도 워싱턴에서 열리고 있는IMF-세계은행 춘계총회에선 SVB 사태가 급격한 금리인상의 부작용이라는 점에서 향후 약한 고리가 어디에서 터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확산되고있다. IMF는 이날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EO)과 글로벌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금리 인상이 세계 금융 시스템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은행들이 대출을 줄이며 세계 경제 성장률이 최악의 경우 1%까지 추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50년 동안 1%대 경제성장률은 제 1, 2차 오일쇼크, 글로벌 금융위기, 팬데믹 시기 뿐이었다.
피에르 올리비에 고랭샤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은 천천히 떨어지고 있지만 경제성장률은 역사적으로 낮아졌고,금융 부문 위험은 올라가고 있다”며 “2008년 금융위기에 비해 은행 부문이 강력해졌고,당국자들의 대응도 신속해졌지만 언제 크레디트 스위스처럼 약한 고리가 무너질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 한국-일본-싱가포를 줄줄이 먹구름
한국 일본 등 아시아 지역 경제는 중국 경제 회복이 더디고 무역 둔화 타격 속에 IMF 전망 경제 성장률이 줄줄이 하향 조정됐다. 한국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 선진 경제 그룹의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는1.8%로 지난해10월 전망치(2.3%)대비 크게 하락했다.
특히 중국 재개방에 따른 경제 회복은 중국과의 교역량이 많은 국가에는 긍정적 파급 효과가 예상되지만,그 반등 속도는 더딜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경제 둔화는 세계 중기 경제 엔진 속도도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났다.세계 경제 중기(5년) 성장률 전망치는2011년 4.6%에서 꾸준히 감소해 올해3%로 떨어졌다.구랭샤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나 한국처럼 이전에 빠르게 성장한 경제가(발전 수준이 높아지며)성장이 느려지고 있는 것과 최근 경기 둔화도 반영됐다”며 “무엇보다 세계 경제 파편화,느린 혁신 등의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웨이 야오 소시에테제네랄 아시아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블룸버그TV인터뷰에서 “동아시아 전체적으로 한국 대만 중국 수출 데이터가 좋지 않다.한국은 부동산 부문 신용 경색의 파급 효과에 대한 내부 우려도 큰 편”이라고 분석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IMF 총재는 10일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와의 대담에서 “올해 성장률도 둔화됐지만 무엇보다 가장 걱정스러운 점은 세계 중기 성장률이 3%로 1990년 이래 가장 낮은 것”이라고 재차 밝혔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