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 단지의 모습. 서울시는 5일 제5차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압구정·여의도 아파트 지구, 목동택지개발지구 등 4곳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1년간 연장했다. 뉴스1
“사유재산권 침해 아닌가요?”
“공산주의 국가도 아닌데 너무하네요.”
서울시는 이날 열린 제5차 도시계획위원회에서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지구 △영등포구 여의도동 아파트지구 △양천구 목동 택지개발지구 △성동구 성수 전략정비구역(1~4구역) 등 4곳(4.58㎢)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하는 안건을 가결했습니다. 원래 26일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기한이 만료될 예정이었지만, 이 기간이 내년 4월 26일까지로 1년 연장된 것입니다. 2021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3년째입니다.
● ‘땅 투기’ 방지 목적…주민 “사유재산 침해” 반발
서울시 주요 토지거래허가구역 현황
자치구
지역·지구
지정만료 기한
강남
압구정 아파트지구
내년 04월 26일
영등포
여의도 아파트지구
양천
목동 택지개발지구
성동
성수 전략정비구역
강남
삼성·청담·대치동
올해 06월 22일
송파
잠실동
자료: 서울시
서울시의 이번 결정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섣불리 풀면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입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도계위원들 사이에서 최근 집값이 하락했지만, 아직 충분히 떨어지지 않았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올 초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문재인 정부 초기 부동산 가격으로 회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집값 하락이 계속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2021년 6월 가격을 기준점(100)으로 올 2월 93.6을 기록했지만,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7년 5월(82.8)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도 2월에 이어 두 달 연속 2000건을 넘는 등 바닥에서 회복되고 있습니다. 집값이 더 떨어질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집값이 바닥을 치고 반등하고 있다는 분석도 만만찮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규제 완화를 기대해온 각 자치구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도계위 심사를 앞두고 지난달 강남구를 시작으로 양천구, 송파구 등이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의견을 서울시에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서울시의 마음을 움직이는 덴 실패했습니다.
한 구청 관계자는 “정부가 바뀌면서 많은 부동산 규제를 풀어주고 있는데 토지거래허가구역만 예외”라며 “집값 상승을 우려하는 서울시 입장도 이해가 가지만, 더 강하게 대처해 달라는 구민들의 민원이 많아 난감하다”고 토로했습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주민들도 “서초구 반포와 용산구 한남동은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왜 제외하냐”는 형평성 문제부터 “공산주의처럼 사유재산 침해하는 제도”라는 비판까지 다양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 청담 삼성 대치도 재지정 전망
강남구 청담·삼성·대치동과 송파구 잠실동 등 4곳(14.4㎢)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은 6월 22일 끝납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이들 지역을 포함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만료를 앞두고 있는 곳들도 규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만약 이들 지역만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한다면 형평선 논란이 거세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집값을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일부 규제는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일관성 측면에서 6월에도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기업 활동을 제약할 우려가 있는 상업지역 부동산 거래 규제는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시장 상황에 따른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면서 “다른 지역보다 광역적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설정된 삼성동 등의 구역은 보다 빨리 해제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제안했습니다.
강남 일대에 ‘역전세난’이 확산하고 집값도 계속 하락 추세라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대한 주민 반발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입니다. 집값을 잡겠다는 서울시의 의지는 높이 평가받아야 합니다. 다만 애꿎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시장 동향과 주민 입장을 절충해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길 기대해 봅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