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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이후 6년 만에 중국 진출 본격화, 게임 한류 부활 기대해도 될까?[조영준의 게임 인더스트리]

입력 | 2023-04-13 11:00:00


오랜 기간 ‘판호’ 장벽에 막혀 중국 진출을 못 하고 있던 한국 게임들이 오랜만에 기지개를 켜고 있습니다.

올해 초 ‘메이플스토리M’, ‘로스트아크’, ‘에픽세븐’ 등 7종의 게임이 외자 판호를 획득한 데 이어, 3월에도 ‘쿠키런 킹덤’, ‘블루아카이브’ 등 5종의 게임도 외자 판호를 얻었습니다. 최근 이들의 사전 예약 시작 소식도 발표되면서, 분위기가 한층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중국 텐센트를 통해 서비스되는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 출처=로스트아크 홈페이지

스마일게이트의 인기 게임 ‘로스트아크’의 경우, 텐센트의 ‘올해 기대작 공개’ 행사에서 얼리엑세스 출시가 발표됐습니다. 일본에서 돌풍을 일으킨 넥슨게임즈의 서브컬쳐 게임 ‘블루아카이브’는 요스타와 손을 잡고 사전 예약을 시작했고, 스마일게이트의 ‘에픽세븐’도 즈룽게임즈와 함께 사전 예약에 돌입했습니다. 데브시스터즈의 ‘쿠키런 킹덤’은 텐센트, 창유 등과 협력해 출시 준비를 본격화합니다.

지난 2017년 사드 배치 이후 한한령이 시작되면서, 중국 시장 진출허가서라고 할 수 있는 판호 발급이 사실상 중단되고 있었으니, 이렇게 여러 한국 게임들이 한꺼번에 중국 시장을 두드리는 건 근 6년만입니다.

최근 중국 사전 예약을 시작한 넥슨게임즈의 ‘블루아카이브’ 출처=블루아카이브 홈페이지


한국 게임사가 도약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
한국 게임이 이렇게 중국 시장 진출을 재개하면서, 게임업계에서도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중국은 한국과 가장 유사한 게임문화를 가지고 있으며, 세계에서 손꼽히는 엄청난 시장 규모를 자랑하기 때문인데요.

중국 게임출판공작위원회가 발표한 게임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중국 게임시장의 규모는 2,695억 위안(한화 약 49조 원)으로, 2021년에 처음으로 20조 원을 돌파한 한국 게임시장보다 2배 이상 큽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최근 강력한 게임 규제 정책으로 인해 2021년 대비 10.3%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의 2배가 넘는다는 점입니다.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 위메이드의 ‘미르의 전설’ 등 중국 시장 성공에 힘입어 글로벌 인기 게임으로 도약한 사례가 굉장히 많습니다.

텐센트를 중국 최대 게임사로 만들어준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출처=던전앤파이터 홈페이지


두터운 중국의 벽. 게임 한류의 부활은 쉽지 않다?
다만 한국 게임이라고 하면 무조건 인기 작품으로 주목받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중국 게임시장에서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중국 게임시장 초창기에는 한국 게임이 기술적 우위에 있었지만, 급속도로 발전한 중국 게임이 이제는 한국 게임을 추월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벌고 있는 게임인 ‘원신’을 비롯해서, ‘왕자영요’, ‘화평정영’ 등 쟁쟁한 중국 자체 게임이 매출 상위권을 독차지하고 있어, 한국 게임들이 치고 들어갈 틈이 안 보이는 상황입니다.

또한, 한한령이 한창이던 2021년에 극적으로 외자 판호를 획득하며 기대감을 키웠던 ‘검은사막 모바일’이 실패를 거뒀다는 점도 불안 요소입니다. 한국에 출시된 지 5년이나 지난 게임이다 보니, 요즘 중국 게임시장 트렌드에 맞지 않은 한국식 과금 체계가 약점이 됐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예전에는 중국에서 한국 게임이 워낙 인기였기 때문에 경쟁하면서 수입 계약을 체결하곤 했지만, 이제는 중국 게임 수준도 상당히 높아져 굳이 한국 게임을 찾을 이유가 없어진 것입니다. 실제로 한국 모바일 게임 매출 순위만 봐도, 상위권에 다수의 중국 게임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아쉬운 성적을 거둔 ‘검은사막 모바일’ 출처=검은사막 홈페이지


강력한 규제로 혼란에 빠진 지금이 기회
그럼에도 이번에 출시되는 한국 게임이 기대되는 이유는, 최근 중국 게임시장이 엄청난 규제로 인해 얼어붙었다가 서서히 풀리고 있는 과도기적인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미성년자 보호의 이유로 강력한 규제 정책이 계속되면서, 외산 게임에 대한 판호는 물론, 자국 게임 판호도 7개월이나 발급이 중단되면서, 한동안 신작 게임이 전혀 출시되지 못했고, 이를 버티지 못한 많은 중국 게임사가 폐업한 상황입니다. 베이징 소재의 증권 신문 시큐리티 데일리(Securities Daily)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판호 중단이 이어진 7개월간 폐업한 게임사가 약 1만 4천여 곳에 달한다고 하네요.

해외 시장에서 여전히 인기가 많은 ‘쿠키런 킹덤’ 출처= 쿠키런 홈페이지

또한, 이번에 출시되는 한국 게임이 여전히 전 세계 시장에서 최정상급 인기를 얻고 있는 게임이라는 점도 긍정적인 부분입니다. ‘로스트아크’는 지난해 스팀 글로벌 출시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으며, ‘블루아카이브’ 역시 올해 초 일본에서 애플스토어 매출 1위에 오르면서 2년 전 출시때보다 더 많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디즈니, BTS 등 대형 컬래버레이션을 연이어 선보이면서 해외 시장에서 꾸준한 인기를 자랑하고 있는 ‘쿠키런 킹덤’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오랜만에 중국시장 진출의 길이 열린 한국 게임이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 한번 중국시장에서 한국 게임의 위상을 높일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됩니다.

조영준 게임동아 기자 ju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