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규제 추적조사
첨단산업 분야에서 4년 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된 규제사항 중 지금까지 개선된 비율은 10%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뀐 규제 중에서도 개선 수준이 미흡해 여전히 현실과 동떨어진 사례도 있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2일 ‘신산업 규제 개선 현황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2019년 규제 샌드박스 등을 통해 기업들로부터 취합해 발표했던 규제들의 개선 여부를 추적한 결과를 발표했다. 바이오, 드론, 핀테크, 인공지능(AI) 등 4개 분야의 86개 규제가 추적 대상이었다.
하지만 개선 사례 중에서도 산업 현장의 불만이 여전한 경우도 있다. 핀테크에서는 소액단기보험업 자본금 요건이 기존 300억 원에서 20억 원으로 완화됐지만, 여전히 일본(약 1억 원) 등 선진국 기준보다 과도하게 높다. 소비자가 의료기관을 방문하지 않고 민간업체를 통해 유전자 검사를 받을 수 있는 항목은 기존 11개에서 70개로 늘어났다. 그럼에도 질병 진단 등 규제 완화의 취지였던 의료용 검사는 제한돼 있다. AI 법률 판례 분석 규제 완화로 검색·열람은 가능해졌지만 이 역시 선별적인 판례 제공으로 인해 실제 활용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매 정부마다 규제 개혁을 내세우고 결과도 발표하지만 제대로 된 성과는 없었다. 규제 개선 발표 후에 오리무중이 되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대한상의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초청해 대한·서울상의 회장단과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상의는 이 자리에서 조속 입법 과제로 △기업의 투자·수출 애로 해소 △신산업 관련 규제 신속 정비 △메가 샌드박스 도입 등을 제안했다. 지속 추진 과제로는 △근로시간 유연화 △대형마트 영업 규제 완화 △중대재해처벌법 보완 △의원입법 영향평가제도 도입 등을 제시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인사말에서 “경제와 안보는 한 몸으로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등 첨단산업의 경쟁력 유지는 매우 중요하다.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하고 막대한 투자비가 소요되는 만큼 국회가 기업 부담을 덜 수 있도록 과감한 정책적 지원을 해 달라”고 밝혔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