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원 한성대 총장(산림청 정책자문위원장)
전국에 봄꽃이 흐드러지고 연둣빛 새순이 싹트는 요즘이 산을 즐기기에 가장 좋은 때다. 특히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를 겪었기에 산과 들로 마음껏 다닐 수 있는 올봄이 더욱 반갑다. 하지만 최근 며칠간 홍성, 영주, 순천 등 전국에서 산불이 동시다발로 발생했다. 산불 발생은 인구가 밀집한 서울 인왕산, 대전 식장산 같은 도심지역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산림청에 따르면 2∼4일 전국에서 50여 건의 산불이 발생했고, 그중 100ha 이상의 대형 산불이 5건이라고 한다. 이는 지난 10년 평균보다 2.5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올봄과 같이 건조하고 고온이 지속되는 현상은 기상이변 때문으로 보인다. 문제는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이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산불 위험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지난 50년간 가꿔온 숲을 미래 세대에게 물려주기 위한 우리 모두의 숙제다.
산불 예방 및 발생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 산불 발생의 주원인 중 하나인 농촌지역의 영농 부산물 소각을 근절해야 한다. 불을 놓지 못하게 단속을 강화할 수도 있으나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부산물을 소각하지 않고 파쇄한다면 산불 발생 우려는 크게 사라진다. 이를 위해 현재 보급 중인 파쇄기의 양을 대폭 늘려 전국에 보급하는 것이 급선무다.
셋째, 산불 진화에 특화된 산불특수진화대의 양적, 질적 역량 향상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일반 화재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사용되는 고성능 진화 차량을 산불 현장에도 대대적으로 투입해야 한다. 담수 능력과 분당 방수량이 대규모인 화재 진화 차량은 지상 진화에서 헬기만큼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임도 확충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산림청은 올해 3월 합천과 하동 산불을 비교하며 임도가 야간 진화에 매우 효과적임을 확인한 바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임도는 산림 선진국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임도가 확충돼야 진화 차량과 진화 대원이 최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영토 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국방 대응 태세를 확립하듯, 이제 산불도 국가안보 차원으로 대응해야 한다. 지난 50년간 온 국민이 함께 만들어 온 숲을 진심으로 아낀다면 더 이상 숲이 산불로 인해 사라지지 않도록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이창원 한성대 총장(산림청 정책자문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