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고개 숙인 K유니콘… 12곳중 11곳 실적 ‘뒷걸음질’

입력 | 2023-04-13 03:00:00

토스-컬리 등 6곳 적자규모 더 커져
야놀자-두나무 등 5곳 영업익 줄어
회사측 “신사업 관련 투자 비용 영향”
업계 “경기침체로 투자유치 힘들어… 덩치 키우기보다 내실 다질 때”




지난해 연간 재무제표를 공시한 국내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 비상장사) 기업 12곳 가운데 11곳의 실적이 2021년보다 안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트업들은 기존 대기업과 달리 대규모 적자를 안고서라도 빠른 성장과 기업가치 상승을 추구해 왔다. 올해 들어 고금리 기조로 외부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만큼 수익성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스타트업 업계에서 확산하고 있다.

12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기업가치 1조 원을 넘긴 국내 유니콘 기업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22곳이다. 2021년(18곳)과 비교해 7곳이 추가로 유니콘 기업으로 이름을 올렸고, 쏘카 등 3개 업체는 주식시장 상장이나 인수합병(M&A)을 통해 졸업했다.

이날 현재까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지난해 연간 재무제표를 공시한 유니콘 기업 12곳 중 영업이익이 2021년보다 늘어난 업체는 여기어때 1곳밖에 없다. 종합 여행·여가 플랫폼 운영사인 여기어때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01억 원으로 2021년(155억 원) 대비 2배 가까이로 늘었다. 여행 수요 회복의 영향이 크다. 여기어때 관계자는 “국내 고급 숙소와 함께 차량, 항공권 등 이동수단 예약을 함께 진행하는 서비스 수요가 늘면서 4년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반면 유니콘 기업 11곳은 실적이 악화됐다. 야놀자, 지피클럽, 두나무, 빗썸코리아, 오아시스 등 5곳은 영업이익 규모가 줄었다. 비바리퍼블리카, 컬리, 직방, 리디, 당근마켓, 한국신용데이터 등 6곳은 기존의 적자 규모가 더 커졌다.

모바일 금융 플랫폼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의 영업손실은 2021년 1796억 원에서 지난해 2472억 원으로 불어났다. 신선식품 새벽배송 사업을 하는 컬리(마켓컬리)의 영업손실도 지난해 2335억 원으로 2021년(2177억 원)보다 늘어났다. 실적이 나빠진 이유와 관련해 이들은 “최근 2∼3년간 과감하게 추진한 신사업 관련 투자 비용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과감한 투자를 통해 지난해 비바리퍼블리카는 1조 원, 컬리는 2조 원대의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하는 등 외형적으로는 성장세를 이어갔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얻은 뒤 2021년 10월 토스뱅크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어 택시 호출 플랫폼 ‘타다’ 운영사인 VCNC를 인수했다. 컬리는 대형 물류센터 2곳을 새로 열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온 점이 지난해 실적에 반영됐다.

스타트업 업계에선 경기 침체 국면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올해는 유니콘 기업도 내실을 다지는 일에 주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외부 투자 유치나 기업공개(IPO)를 통한 자금 조달이 과거보다 어려워진 만큼 각 유니콘 기업이 팬데믹 시기에 진행했던 공격적인 M&A나 시설 투자 등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컬리와 오아시스는 올해 들어 주식시장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각종 비용 절감 등 효율화 작업에 착수했다. 계열사인 토스증권, 토스뱅크, 토스페이먼츠 등은 수익성이 높은 사업에 집중한다는 전략을 세운 상태다. 비바리퍼블리카 관계자는 “올해 계열사들과 수익성을 개선할 방안을 중점적으로 찾아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야놀자는 주력인 플랫폼 사업을 재무 전문가인 배보찬 대표가 이끌도록 경영 체계를 변경했다. 야놀자 관계자는 “수익성을 강화하는 등 시장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