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도 합의도 없이 의견 쏟아내 같은 당 의원끼리 엇갈린 주장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전원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국회가 20년 만에 전원위원회를 열고 내년 총선의 선거제도를 논의하고 있지만 의원들 사이에서도 “여야의 입장 차는 물론이고, 각 당 내부의 이견만 더 선명해지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의원 정수 축소, 비례대표 확대 등을 두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정반대의 주장을 펼치는 데 더해 같은 당 의원들조차 서로 다른 주장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국민의힘 내에서는 대도시 지역에는 중대선거구제를, 농어촌에는 현행 소선거구제를 적용하는 ‘도농복합 선거구제’를 놓고 엇갈린 목소리가 나왔다. 부산을 지역구로 둔 박수영 의원은 “(도농복합 선거구제가) 국가 균형 발전의 정치적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역시 부산이 지역구인 안병길 의원은 “(중대선거구제는) 출마자의 인지도가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라며 현행 소선거구제 유지를 주장했다.
또 국민의힘 박형수 의원은 “지역주의를 극복하자”며 경남과 전남 등 동서 지역을 하나로 묶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제안했지만, 같은 당 이종성 의원은 “권역별 비례제는 다양성이나 대표성 등 비례대표 도입 취지를 담아내지 못한다”고 했다.
이날 전원위에서는 선거제도 전문가 4명이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는 자리가 마련됐으나 질문한 의원은 24명 중 3명에 불과했다. 오히려 선거제와 관련 없는 정쟁성 발언도 나왔다. 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검사 독재로 1년 만에 국격은 추락했다. 야당 대표 때려잡기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자 사회를 보던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은 “선거제에 대한 의견을 좀 말씀해 달라”며 자제를 요청했다.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전원위를 두고 “토론도 합의도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각 개인의 의견들이 무질서하게 쏟아져 나올 뿐”이라며 “토론 절차를 효율화하고, 표결도 실질화해야 하며, 본회의까지 이어지는 권위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