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총궐기 집회 현장에서 살수차 운용 감독을 소홀히 해 고(故) 백남기 농민을 사망하게 한 혐의를 받는 구은수(65)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벌금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13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구 전 청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형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인식 내지 인식가능성을 인정해 피고인의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한 원심 판단을 수긍할 수 있다”며 “직사살수는 경찰관 직무집행법의 규정, 살수차 운용지침을 위반한 것이 분명해 이 사건 사고에 대한 공동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구 전 청장은 지난 2015년 11월14일 오후 7시께 민중총궐기 시위 당시 총괄지휘관이었으며, 경찰 살수차가 백씨 머리를 겨냥해 직사가 이뤄지는 상황을 인식하고도 방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백씨는 서울 종로구청 입구 사거리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뇌사 상태에 빠졌고, 다음 해 9월25일 결국 사망했다.
앞서 1·2심 재판 과정에서 검찰은 구 전 청장에게 금고 3년을 구형한 바 있다. 금고는 신체의 자유를 제한 받지만 징역형처럼 강제노역은 하지 않는다.
구 전 청장은 “정당하게 공무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라며 “경찰관 그 누구도 의도하지 않았고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면서 “총괄책임자인 피고인은 시위 이전 경비대책회의에서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 등을 강조하고 살수차를 최후 수단으로 사용할 것을 원칙으로 제시하기도 했다”며 “현장지휘관들에게 안전 관련 주의사항을 촉구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2심은 1심 결과를 뒤집고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부상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한 상황에서 구 전 청장이 관심을 가지고 현장을 주시했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2심은 “현장지휘관 보고를 수동적으로 받기만 하거나 현장 지휘체계만 신뢰하지 말고 현장에서 과잉살수 실태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함에도 그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사건 집회시위는 적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주최 측이 일방적으로 강행해 시위대가 각목, 쇠파이프 등으로 경찰관을 무차별 폭행, 방화를 시도하는 등 과격한 폭력 시위였다”며, “피해자에 대한 민사재판 결과에 따라 실질적으로 손해배상이 이뤄졌기 때문에 그런 사정을 참작했다”며 양형이유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