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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J-POP이 들린다…음반시장 강자→스트리밍 서비스, SNS로 변화하는 일본 음악 시장

입력 | 2023-04-13 11:43:00


일본 싱어송라이터 이마세. 유니버설뮤직 코리아 제공.


13일 오후 8시 서울 마포구 무신사 개러지에서는 의미 있는 공연이 열린다. 최근 ‘나이트 댄서’ 곡을 통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일본 싱어송라이터 이마세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여는 쇼케이스가 바로 그것. 이마세의 대표곡 ‘나이트 댄서’는 지난해 8월 발매된 곡으로, J-POP 곡으로는 최초로 국내 음원 플랫폼 멜론의 일간 해외 종합 차트(2위)와 톱 100 차트(17위)에 진입했다.

제이팝 열풍이 거세다. 최근 3~5년간 국내 음악 마니아들 사이에서 1970~1980년대 일본 시티팝이 많이 소비됐지만 이마세의 ‘나이트 댄서’ 처럼 국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메인 차트에 진입할 정도로 제이팝이 큰 인기를 끈 건 이례적이다.

그 배경에는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젊은 세대)의 음악 소비 패턴이 영향을 미쳤다. SNS의 쇼트폼 콘텐츠를 중심으로 제이팝을 접한 Z세대들이 그들에게 익숙한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도 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것. 이마세의 ‘나이트 댄서’ 또한 입소문의 근원지는 틱톡이었다. 해외 음반 유통사인 유니버설뮤직 코리아 관계자는 “‘나이트 댄서’가 틱톡에서 댄스 챌린지 배경음악으로 사용되면서 12억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 기록이 음원 차트에서의 성공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한다”고 말했다.

요네즈 켄시. 요네즈 켄시 공식홈페이지.

지난해 역주행했던 제이팝 ‘죽는 편이 나아’도 마찬가지다. 이 곡은 일본 싱어송라이터 후지이 카제가 2020년 발매했지만, 지난해 하반기 인스타그램 쇼트폼 릴스와 틱톡 등을 통해 널리 퍼졌다. ‘죽는 편이 나아’는 SNS상의 인기척도인 스포티파이 바이럴 차트에서 일본인 최초로 23개국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유튜브 음악 차트 및 통계에 따르면 일본 싱어송라이터 요네즈 켄시의 곡 ‘Lemon’(2018년) 또한 1월6일째 주부터 13주간 한국 주간 차트 TOP 100에 랭킹됐다.

최근 일본 애니메이션의 국내 흥행이 끼친 영향도 크다. 올 1월 개봉한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엔딩곡인 10-FEET의 ‘제ZERO감’은 2월 네이버 바이브 J-POP TOP 100 2위, 지니뮤직 2위, 멜론뮤직 4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개봉한 영화 ‘오늘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오세이사)’의 OST인 요루시카의 ‘좌우맹’은 같은 해 12월 유튜브 뮤직 한국 주간 차트에서 24위를 기록했다. 영화가 110만 관객을 동원하는 등 흥행에 성공하자, 음원 발매 5개월 후에 국내 차트에 진입한 것이다.

영화 ‘오늘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오세이사)’의 한 장면.  미디어캐슬 제공

이 같은 행태가 이례적으로 보이는 것은 일본 음악 산업의 특이점 때문이다. 본래 일본 음악 시장에서는 매출의 70% 이상이 CD인 등 실물 음반 비중이 높았다. 하지만 최근의 흐름은 다르다. 2021년 12월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간한 ‘2021 해외 콘텐츠시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음악 오디오 레코드 및 뮤직비디오 시장 매출은 전년 대비 85% 수준으로 하락한 반면 디지털 음원 전송 매출은 7년 연속 성장, 3년간 두 자리 수 성장을 이어가며 전년 대비 110% 성장했다.

일본 내 모방가수 ‘우타이테’가 메이저 음원 차트에 진입하는 등 이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우타이테는 일본 유명 웹사이트 ‘니코니코 동화’에서 컴퓨터 가창으로 만들어진 보컬로이드 곡을 커버하는 일반인이다. 우타이테 출신인 ADO는 곡 ‘신시대’(2022년)로 발매 직후 애플 뮤직과 스포티파이 글로벌 차트 1위를 기록했다. 2020년 일본 스포티파이에서 선정한 ‘주목할 만한 신인’ 중 한 명이었던 바운디(Vaundy)도 우타이테 출신이었다.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 관계자는 “일본 음악 시장의 특징은 장르가 다양하다는 것이다. 지금의 제이팝 열풍은 한-일 양국에서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장르가 인기를 끌며 발생한 일련의 공진(共振) 현상”이라 분석했다. 그는 “국내에서 이무진, 잔나비, 새소년 등 어쿠스틱 사운드를 앞세운 싱어송라이터와 인디 뮤지션들의 인기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유우리, 요네즈 켄시 등 일본의 싱어송라이터로까지 그 시야가 확장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언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