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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놀자!/함께 떠나요! 세계지리 여행] ‘분단인 듯 아닌 듯’ 대만, 우리나라와 무엇이 다를까

입력 | 2023-04-14 03:00:00

공산당과 이념 갈등서 밀린 국민당, 중국 본토 떠나 대만섬에 정착
한국과 달리 주민 이동 자유롭지만, 통일 바라는 중국이 위협 지속
세계 13개 나라만 정식 국가 인정… 반도체 기술 덕에 미국 보호 받아



중국의 천안문(왼쪽)과 대만의 국립 중정 기념당.


4월 11일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이었습니다. 1919년 4월 11일 우리나라의 독립운동가들은 중국 상하이에서 임시정부를 수립하고 독립 의지를 불태웠습니다. 임시정부는 상하이에서 출발해 무려 10차례나 근거지를 옮겨 다니며 독립 투쟁을 이어갔습니다. 그 과정에 여러 조력자의 도움을 받았는데요. 그중에는 당시 중국의 지도자였던 장제스(蔣介石)도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중국의 역대 지도자 명단에 이 장제스가 없습니다. 그 대신 장제스는 대만의 지도자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여기엔 중국과 대만의 복잡한 지정학적 사정이 있습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분단인 듯 아닌 듯 애매한 중국-대만 관계에 대한 것입니다.



●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대만
청나라가 끝나고 새로운 중국이 탄생했을 때 장차 중국을 자본주의 국가로 이끌 것인지, 공산주의 국가로 이끌 것인지를 두고 중국 정치 지도자들은 갈등했습니다. 당시엔 자본주의를 따르고자 하는 국민당과 공산주의를 따르고자 하는 공산당이 있었습니다.

국민당의 지도자는 장제스였고 공산당의 지도자는 마오쩌둥(毛澤東)이었습니다. 처음엔 장제스의 국민당이 훨씬 큰 세력이었고 중국을 대표했습니다. 당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독립 투쟁을 이어가는 데도 장제스의 도움이 컸습니다. 하지만 점차 공산당이 강해졌고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4년 후인 1949년, 장제스의 국민당은 공산당에 패배하여 중국 본토를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때 국민당 세력이 새롭게 정착한 곳이 바로 현재의 대만섬입니다. 그리고 이때부터 중국 본토와 대만 간의 지리적 갈등이 시작되었습니다.

국민당 세력이 대만으로 쫓겨갔지만, 국제사회는 여전히 대만을 중국으로 인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리적으로 거대한 대륙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 공산당과 조그만 섬을 차지한 국민당은 애초에 상대가 안 됐습니다. 국제사회의 냉정한 외교는 중국의 정통성을 점차 대만이 아닌 중국 공산당에서 찾아가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1971년 유엔 총회에서 중국을 대만이 아닌 중국 공산당으로 인정하는 결정이 내려졌고 대만은 쓸쓸하게 유엔에서 탈퇴했습니다. 이후 수많은 국가가 중국 대륙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 공산당을 정통성 있는 중국으로 인정했고 대만과 단교했습니다. 우리나라도 1992년부로 중국과 수교를 하며 대만과 단교했습니다. 비록 대만 지도자 장제스가 우리나라 임시정부를 도와준 역사가 있지만 국가의 실리 앞에 거대한 대륙의 중국을 선택하게 된 것입니다. 2023년 현재 전 세계 200개가 넘는 나라 중에 대만을 정식 국가로 인정하고 수교한 나라는 13개뿐입니다.



● 분단 상태지만 이동은 자유로운 중국과 대만
오늘날 중국의 공식 행정구역을 보면 크게 4개의 직할시와 23개의 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중국의 성(省)은 우리나라의 도(道)와 비슷한 개념입니다. 그리고 중국 정부는 대만을 이 23개 성 중에 하나로 분류합니다. 즉, 대만을 독립된 국가가 아니라 중국을 구성하는 23개의 성 중 하나로만 보는 것입니다.

중국 정부는 늘 ‘하나의 중국’을 주장하며 대만은 중국의 한 부분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반면 대만의 주요 정당인 국민당은 중국의 정통성은 자신들에게 있으며 대만이 중심이 되어 언젠가 중국과 통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나마 중국 본토와 대만의 국민당이 일치하는 생각은 누구의 주도이든 중국 본토와 대만이 통일되어야 한다는 부분입니다. 반면 현재 대만의 집권 여당인 민진당의 경우에는 중국 본토와 완전히 결별하고 별도의 국가로 독립하는 것을 주장합니다.

중국 지도자인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민진당의 이런 주장에 대해 적대적이어서 중국과 대만의 관계는 갈수록 험난하기만 합니다. 이런 갈등 관계 속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도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분단으로 인해 북한과의 전쟁 위협을 겪는 것처럼 대만 역시 중국과의 전쟁 위협을 겪고 있는 것입니다. 다만 남북 분단과의 차이점은 분명합니다. 우리는 남북 간에 자유롭게 오갈 수 없지만 중국과 대만은 주민 간 왕래가 가능하고 아예 이주해 살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과 대만을 ‘분단인 듯 분단 아닌’ 애매한 관계라고 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중국과 대만의 관계를 서로 해안을 마주 보고 있는 관계라고 하여 양안관계(兩岸關係)라고 합니다.



● 대만을 지키는 방패 ‘반도체’

대만의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 TSMC는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한다. 그래서 미국, 유럽 등 각국의 첨단 산업은 TSMC에 상당수 반도체를 의존한다. 미국은 대만이 중국의 침공을 받을 경우 TSMC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개입하겠다는 입장이다. 대만=AP 뉴시스 

대만은 국제사회의 대부분 국가로부터 정식 국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14억 인구의 거대한 시장을 가진 중국의 눈치를 누구든 안 볼 수는 없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역시 중국이 우리의 주요 수출국이기에 공식적으로는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외로운 대만은 군사적으로 언제 중국에 병합되어도 이상한 것이 없어 보입니다만 대만에도 믿는 구석이 있습니다. 바로 미국입니다. 미국 역시 공식적으로 중국과 수교한 상태기에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만일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면 미국이 즉각 군사적으로 개입해서 대만을 지키려고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대만이 가진 저력인 반도체 산업이 있습니다.

대만의 반도체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대만 TSMC에서는 미국의 애플, AMD, 퀄컴, 엔비디아 등 수많은 반도체 설계 기업의 반도체가 제조되고 있습니다. TSMC의 반도체 산업 규모는 이미 한국 삼성전자를 추월했습니다. 이런 대만이 중국에 넘어간다면 TSMC의 반도체 기술 역시 중국 손에 넘어가게 되는 것입니다.

중국과 패권 경쟁 중이며 늘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 입장에서는 절대 막고 싶은 결과일 것입니다. 따라서 미국은 중국으로부터 대만을 지킬 수밖에 없습니다. 정확히는 중국으로부터 대만의 반도체 기술을 지킬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대만은 비록 국제사회에서 국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지만 자신들의 반도체 기술을 방어 수단으로 삼아 본인들의 안보를 보장받고 있습니다. 비정한 국제사회에서 약자가 생존하기 위한 전략은 이처럼 다양합니다.


안민호 마포중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