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포스코, 모듈러 주택 사업 소비자가 50여개 모듈 골라 조합, 주문 받고 2개월이면 집 한채 뚝딱 공사비 3.3㎡에 600만~700만원… ‘세컨드 하우스’ 바람에 인기몰이
홈페이지에 접속해 내가 원하는 주택 모듈을 고른다. 단층인지 복층인지, 외장재와 지붕은 어떻게 할지 등 기본 설계를 전문가와 상담해 결정한다. 설계를 마친 모듈이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동안 주택을 지을 땅은 터파기 등 기초 공사를 한다. 모듈을 생산, 배송, 설치하는 과정에 걸리는 시간은 2개월. 기존 단독주택 공사 기간(약 5개월)의 절반도 안 된다. 살면서 집을 늘리고 싶으면 또 다른 모듈을 주문해 기존 모듈과 결합한다. 단독주택을 직접 지으면 ‘10년 늙어 버린다’는 통설이 통하지 않는다.
최근 ‘세컨드하우스’ 수요가 늘자 대기업들이 잇달아 ‘프리패브(Prefab)’ 주택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구조물(모듈)을 미리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프리패브 방식은 공사 기간과 비용을 줄이고 탄소 배출량까지 줄일 수 있다. 일본 등 해외처럼 프리패브 시장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2개월 만에 블록 조립하듯 집 짓는다
GS건설은 1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회사 ‘자이가이스트’를 통해 목조 모듈러 주택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고 밝혔다. 이 주택은 공장에서 모듈을 생산해 현장에서 블록 쌓듯 결합하는 ‘볼류메트릭’ 방식으로 지어진다. GS건설은 약 2년간의 연구개발을 통해 50여 개 모듈을 개발했다. 모듈 개발에 참여한 옥란 자이가이스트 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음식 메뉴 고르듯 원하는 모듈을 골라 즐겁게 집을 지을 수 있다”며 “이를 위해 온라인에서 모듈을 미리 조합해보는 ‘컨피규레이터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했다. GS건설이 예상한 공사비는 3.3㎡당 600만∼700만 원대다. 일반 단독주택 공사비(통상 3.3㎡당 700만∼800만 원)보다 10%가량 싸다. 건축주의 공사비 부담을 고려해 약 5000만 원 수준인 9평(29.7㎡) 규모의 ‘2룸 모듈’을 미리 짓고 살다가 자금 여유가 생기면 새로운 모듈을 주문해 결합하는 방법으로 주택 면적을 넓힐 수도 있다.
포스코A&C도 지난해 프리패브 방식의 소형 주택 ‘이노하이브 온’을 선보이고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시장에 뛰어들었다. 포스코 강재로 제작된 기둥과 보로 구성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LG전자는 주거공간 ‘LG 스마트코티지’를 프리패브 방식으로 충북 진천에 짓고 고객들이 실제로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5도 2촌’ 세컨드하우스 인기
남경호 자이가이스트 대표는 “베이비붐 세대들은 은퇴 뒤 전원에서 단독주택 생활을 하려는 수요가 많다”며 “광역교통망이 확충되면서 교외에서 도심까지 접근성도 좋아지고 있어 단독주택 시장이 확장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친환경이란 점도 장점이다. 자이가이스트 주택의 경우 나무로 지어 대다수 자재를 재활용할 수 있다. 목조주택 1동을 지을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18.85t)는 철근 콘크리트 주택(79.98t) 대비 25% 수준에 그친다. ‘이노하이브 온’ 역시 해당 모듈을 다른 현장으로 옮겨서 재활용할 수 있다.
해외에서 이 같은 프리패브는 이미 보편화된 주택 건축 방식이다. 프리패브 주택이 대세인 일본은 생활용품 브랜드인 무인양품이 단독주택인 ‘무지하우스’와 원룸 형태인 ‘무지 헛’ 등을 판매할 정도다. 윤주선 충남대 건축학과 교수는 “여러 명의 자금을 모아 지방에 세컨드하우스를 짓는 스타트업까지 등장할 정도로 국내 세컨드하우스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며 “프리패브 주택과 결합하면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