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광덕 경기 남양주시장이 남양주체육문화센터 테니스클럽에서 테니스를 치고 있다. 11년 전 테니스를 시작한 그는 “운동을 해야 몸과 마음이 건강해진다”고 말했다. 남양주=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양종구 기자
주광덕 경기 남양주시장(63)은 운동을 좋아한다. 어릴 적부터 축구와 족구를 즐겼고 성인이 된 뒤에는 스키와 스노보드, 수상스키, 승마까지 섭렵했다. 10여 년 전부터 테니스에 빠진 그는 지난해 시장이 된 뒤 초등학생들에게 무료로 테니스를 배우는 기회를 주고 있다. 주 시장은 “매너와 룰을 중시하는 테니스를 어릴 때부터 경험하면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했다.
“2012년 4월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재선에 실패한 뒤 실망감이 컸어요. 갑자기 할 일도 없어져서 뭔가를 해야 하는데 테니스가 눈에 띄었죠. 당시 확실한 싱글 스코어를 기록하던 골프를 끊은 상태였죠. 제가 운동에 소질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었는데 테니스는 쉽지 않더군요.”
낮에 텅 빈 테니스코트에서 지인이 쳐주는 공을 쳤다. 개인 레슨도 받았다. 1년 뒤 탤런트 출신 신충식 한국테니스진흥협회 전 회장과 당시 대한테니스협회 회장이던 주원홍 대한장애인테니스협회 회장으로부터 “지금 나이에는 안 된다. 잘 치는 골프나 치시라”는 얘기를 들었다. 당시 만 53세였다. 주 시장은 “오기가 생겼다”고 했다. ‘테린이(테니스+어린이)’였지만 그는 레슨 프로에게 지도를 받으면서도 고수들에게 식사도 대접하고 치맥도 사면서 테니스 칠 기회를 가졌다. 그는 “테니스는 수준 차이가 나면 고수들이 상대 안 해 준다. 실력이 늘려면 고수들하고 쳐야 한다”고 했다. 주 시장은 레슨을 다른 사람 2배로 받고 고수들과 칠 기회를 계속 늘렸다.
테니스를 두세 경기 하고 나면 몸과 마음이 날 듯 가벼워졌다. 몸이 건강하니 정신도 맑아졌다. 그는 “일과 공부만 해선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털어낼 수 없다. 운동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주 시장은 “우리 가족들은 내가 퇴근한 뒤 ‘아 피곤해’ 하면서 옷 갈아입고 테니스 치러 가는 것을 보고 이해하지 못했다. 피곤하면 쉬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난 땀을 뻘뻘 흘리며 운동을 해야 피로와 스트레스가 날아간다”고 했다.
주 시장은 올해부터 남양주시 7개 코트에서 테니스를 배우고 싶어 하는 초등학교 5, 6학년 115명을 위해 무료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공공시설을 활용해 시민 34명의 재능 기부로 이뤄지고 있는 특별한 프로그램이다. 주 시장이 강사로 나서기도 한다. 그는 “테니스의 긍정 효과를 내가 직접 느꼈다. 어린이도 남양주시의 소중한 시민이고 자산이다. 공부에 지쳐 있는 어린이들이 테니스를 치면서 건강한 미래를 개척해 나가길 바란다”고 했다. 운동을 하면 뇌신경전달 물질 BDNF(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가 생성되고 활성화돼 몸도 건강해지고 공부도 잘할 수 있다는 과학적 결과물이 즐비한데도 국내에서 학생들은 공부만 해야 하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껴 실시한 정책이다. 그는 “대한민국 교육 시스템이 학생들의 운동권을 박탈해 안타깝다”고 했다.
요즘 주 시장은 주부들에게도 무료 테니스 교실을 여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그는 “어린이 테니스 교실 얘기를 듣고 주부들도 기회를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좋은 현상이다. 주부들이 건강해야 가정도 건강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주 시장은 올해부터 배드민턴도 시작했다. 시민들과 함께 운동하며 시정에 대한 반응을 듣기 위해서다. 그는 “남양주시배드민턴협회 산하에 30개의 동호회가 있다. 한 달에 2회씩 클럽을 돌아가며 배드민턴도 치고 민원도 듣고 있다”고 했다. 배드민턴을 따로 배운 것은 아니다. 그는 “테니스 동작을 응용해 치는데 동호인들이 수준급이라고 평가해준다”며 웃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