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 바꿔가며 밀반입해 유통 경찰, 필로폰 등 판매 3명 구속 공급 차단위해 국내 송환 추진
한국인 3명을 살인한 혐의로 필리핀 감옥에 수감 중인 ‘텔레그램 마약왕’ 박모 씨(45)가 옥중에서 마약 유통조직을 지휘하며 국내에 마약을 유통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텔레그램 아이디 ‘전세계’로 활동하며 국내에 다량의 마약을 공급해 온 박 씨가 텔레그램 아이디를 바꿔가며 여전히 국내에 활발하게 마약을 공급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남경찰청은 국내 중간 판매책에게 600만 원(도매가)을 받고 엑스터시 100정, 필로폰 10g 등의 마약류를 판매한 혐의(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20대 A 씨 등 3명을 구속했다고 1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 씨의 지인인 A 씨는 지난해 12월 필리핀 교도소에 수감 중인 박 씨를 찾아가 “한국에서 마약 판매를 하고 싶다. 물량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를 수락한 박 씨는 교도소 내에서 텔레그램을 이용해 국내로 돌아온 A 씨에게 마약을 공급했다. 특정 장소에 마약을 가져다 놓고 사진 등을 통해 구매자에게 위치를 알려주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이 활용됐다.
박 씨는 과거에도 텔레그램 대화명 ‘바티칸 킹덤’을 사용하는 B 씨를 통해 국내에 마약을 대량으로 공급했다. 경남경찰청은 2020년 4월부터 12월까지 박 씨에게 공급받은 마약을 전국에 유통·판매한 혐의로 2021년 1월 B 씨를 검거했다. 당시 B 씨를 포함해 공급총책과 판매총책, 중간판매책, 소매책 등 90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은 이 사건을 후속 수사하는 과정에서 A 씨의 혐의를 추가로 포착했다. 경찰은 박 씨를 통한 국내 마약 유통 사례가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또 박 씨를 통한 마약 유통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인터폴과 법무부를 통한 국내 송환도 추진할 방침이다.
박 씨는 2016년 10월 필리핀의 한 사탕수수밭에서 한국인 3명에게 총을 쏴 살해한 혐의(살인)로 기소돼 지난해 5월 필리핀 대법원에서 장기 60년(단기 57년 4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창원=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