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 미래’ 두산 곽빈 쑥쑥 성장
시속 150km대 빠른 공과 커브를 주무기로 하는 곽빈은 올해 자신의 레퍼토리에 체인지업을 추가해 효과를 보고 있다. 뉴스1
“3선발이지만 1선발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좋은 공을 던진다.” 이승엽 두산 감독(47)이 팀의 오른손 투수 곽빈(24)에 대해 내린 평가다. 시즌 개막 후 이제 두 경기를 던졌을 뿐이다. 하지만 투구 내용만 보면 곽빈의 이름 앞에 ‘두산의 에이스’란 수식어를 붙여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곽빈은 9일 KIA와의 광주 방문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5와 3분의 1이닝 동안 4피안타 4볼넷 2실점(비자책)으로 잘 던졌다. 팀이 3-2로 승리하며 시즌 첫 승도 따냈다. 시즌 첫 등판이었던 4일 NC와의 잠실 안방경기에서는 7이닝 2피안타 1볼넷 무실점을 기록했다.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해 승리투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1-0 승리의 주춧돌을 놨다.
곽빈은 두 경기에서 12와 3분의 1이닝을 던지는 동안 삼진을 17개나 잡았다. 평균자책점은 ‘0’이다. 13일 경기 전까지 곽빈보다 삼진을 많이 잡은 선수는 두 경기에서 24개를 기록한 안우진(24·키움)뿐이다. 야구계에서는 친구 사이인 곽빈과 안우진이 향후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할 오른손 투수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곽빈은 11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안)우진이는 나와는 레벨이 다른 선수다. 절반만 따라가자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한국의 1회전 탈락으로 끝난 WBC는 곽빈에게 큰 동기 부여가 됐다. 곽빈은 지난달 10일 일본과의 조별리그 2차전에 구원 등판했다. 하지만 3분의 2이닝을 던지면서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에게 2루타, 오카모토 가즈마(요미우리)에게 안타를 맞고 마운드에서 일찍 내려와야 했다.
곽빈은 “세상에는 야구를 잘하는 선수들이 너무 많았다. 내 공을 나름대로 자신 있게 던졌는데 상대 선수들이 잘 쳤다. 내가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걸 절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승한) 일본 선수들은 야구에 대한 예의를 지키고, 상대방을 존중하더라”라며 “더그아웃에서는 모자를 벗지 않았고, 패한 상대방에게도 박수를 보내는 모습이 멋있었다”고 했다. 그는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겠지만 다음번엔 한층 성장한 모습으로 멋진 경기를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에겐 든든한 지원군도 있다. 지난 시즌까지 NC에서 뛰다 올해 다시 두산 유니폼을 입은 포수 양의지(37)다. 지난해까지 곽빈의 주무기는 시속 150km대 초반의 패스트볼과 날카롭게 떨어지는 커브, 그리고 스플릿 핑거드 패스트볼(스플리터)이었다.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오른손 타자 몸쪽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추가했다. 곽빈은 “고교 때까지는 체인지업을 잘 던졌다. 프로에 와서 그 감각을 잃어버렸는데 양의지 선배님이 사인을 내면서 예전의 느낌을 찾았다. 요즘엔 스플리터 대신 체인지업을 자신 있게 던진다”고 했다. 그는 “양의지 선배님 사인대로 던지면 맞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지난 두 경기에서 사인에 한 번도 고개를 젓지 않았다”고 했다.
외국인 투수 딜런의 부상으로 곽빈은 당분간 알칸타라와 함께 ‘원투펀치’를 이룬다. 곽빈은 “시즌 개막 전 우리 팀은 약체로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나부터 부상 없이 잘 던지면 얼마든지 가을야구를 할 수 있다”며 “개인적으로는 작년보다 더 발전한 모습을 보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