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위대한 지성은 어떻게 생각하는가’의 저자인 글레이제르 미국 다트머스대 학제 간 참여 연구소 소장. 그는 “과학과 인문학의 분열은 대체로 실체가 없고 불필요하다”며 “새로운 통합적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흐름출판 제공
‘기계 스스로 주체적인 삶을 사는 날이 올까. 그렇다면 우리 인간은 어떻게 될까.’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의 등장으로 이 같은 질문은 요즘 더 자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인간의 한 마디 요구에 꽤 정확한 답을 내놓는 기계의 모습에 언젠가는 초지능을 가진 기계가 인간을 넘어설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우려는 인류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AI연구를 계속하는 게 맞는지에 대한 의심으로까지 이어진다.
물리학·천문학자이자 미국 다트머스대의 학제 간 참여 연구소(ICE) 소장인 저자 마르셀루 글레이제르는 신간 ‘위대한 지성은 어떻게 생각하는가’에서 기계의 인간 지배 가능성을 비롯해 우리가 종(種)으로서 지금보다 나은 미래로 나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과학·인문학 분야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감정과 의사결정에 관한 연구 분야의 권위자인 신경과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 호주의 언어철학자 데이비드 차머스와의 대화를 시작으로 2016년부터 5년간 미국 전역에서 여덟 차례 진행한 대담 내용을 묶은 책이다.
인간의 육체를 기계로 대체하려는 시도는 어디까지 나아갈까. 미국 메사추세츠공대(MIT) 맥거번 뇌 연구소의 에드 보이든 생명공학·인지과학 교수는 성공적으로 진행돼 온 뇌 질환 치료 시도를 소개한다. 뇌전성 발작이나 파킨슨병으로 인한 떨림을 없애기 위해 뇌세포에 광섬유를 심어 파동을 보내는 것도 그 중 하나다. 그는 “5~25년 사이 병리학적 치료를 넘어 뇌 조직을 탐구해 뇌를 시뮬레이션하거나 증강하는 등 변화시킬 수 있게 될 것”이라면서 “의학의 역사가 보여주듯 환자를 치료하는 데 안전하다고 증명된 기술은 기억력을 높이거나 감정을 바꾸는 등 증강 목적으로 쓰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결정을 내려야 할 때”라며 윤리적 측면을 탐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 ‘위대한 지성은 어떻게 생각하는가’의 저자인 글레이제르 미국 다트머스대 학제 간 참여 연구소 소장(가운데)이 감정과 의사결정에 관한 연구의 권위자인 신경과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왼쪽), 호주의 언어철학자 데이비드 차머스와 ‘의식의 신비’를 주제로 대담하고 있다. 흐름출판 제공
대담은 의식의 신비, 영성의 실재,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문제까지 파고든다. 이론물리학자이자 작가인 타스님 제흐라 후세인은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이야기꾼이라는 점, 패턴을 찾고 공백을 메우려 노력하며 이론을 구축하고, 추상적인 것을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답한다. 이어 “사물의 여러 층위를 직관적으로 파악하는 건 인간의 본능”이라며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다양한 관점을 수용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여러 관점을 가지고 충돌이나 중복 없이 각각을 별개의 층으로 취급할 수 있다면 한 가지 사고 방식만 고집할 때보다 인생에 대한 경험이 풍부해지고 세상을 보는 시각이 넓어집니다.”(후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