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2023.4.7. 뉴스1
최근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고 내수는 대면 활동을 중심으로 완만히 회복되고 있지만, 수출·설비투자 부진 등 제조업 중심의 경기 둔화 흐름이 지속하고 있다는 정부 진단이 나왔다.
정부는 석 달째 ‘경기 둔화’ 표현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번에는 ‘제조업’으로 둔화 범위를 명확히 했다. 향후 경기 회복의 성패가 반도체 등 제조업에 달렸다는 뜻이다.
기획재정부는 14일 발표한 ‘4월 최근경제동향(그린북)’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에 반해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석유류·농산물 제외)는 제자리를 걷고 있었다. 지난 2월 전년 동월 대비 4.0% 올랐고, 3월에도 같은 수치를 나타냈다.
3월 고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만9000명 증가하면서 증가 폭이 10개월 만에 확대됐다. 실업률은 2.9%로 작년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
수출 관련 지표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제조업 수출 부진으로 저조했다.
지난달 수출은 작년보다 13.6% 감소한 551억2000만달러였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 평균 수출액은 23억달러로 작년보다 17.2% 감소했다.
내수는 대면 활동을 중심으로 완만하게 회복하고 있었다.
2월 전(全)산업생산은 작년보다 2.9%, 전월보다 0.3% 증가했다. 특히 일상회복에 힘입어 서비스업 생산은 작년보다 7.2%, 전월보다 0.7% 증가했다.
반면 광공업 생산은 전월보다 3.2%, 작년보다 8.1% 감소하는 등 고전했다. 주요 원인은 반도체였다.
이승한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반도체 생산이 전월 대비 17.1% 감소했는데, 이것이 전체 광공업 생산 감소에 -2.8%포인트 기여했다”며 “반도체의 부진이 전체 광공업 생산 자체의 숫자를 끌어내리고 있고, 이게 우리나라 수출에도 굉장히 부정적 영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월 소매 판매는 내구재(4.6%)·준내구재(3.5%)·비내구재(6.4%) 판매가 모두 증가하면서 전월 대비 5.3% 증가했다. 다만 작년 같은 기간보다는 0.8% 감소했다.
따뜻하고 맑은 봄 날씨를 보인 10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를 찾은 시민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길을 지나고 있다. 2023.4.10. 뉴스1
이 과장은 “2월, 3월 들어 전반적으로 내수 자체가 완만한 개선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내수 쪽이 나쁘지는 않다”며 “지난번에만 해도 내수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표현했는데 이번에는 대면 활동을 중심으로 완만히 회복하고 있다는 표현으로 바꿨다”고 했다.
2월 설비투자는 전월보다 0.2%, 작년보다 5.7% 증가했고, 건설투자에서도 전월 대비 6.0%, 전년 동월 대비 22.4% 증가가 나타났다.
기재부는 “건설수주·아파트 분양물량 감소는 향후 건설투자에 부정적 요인이지만, 건축허가면적 증가는 긍정적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3월 소비자심리지수(CSI)는 전월보다 1.8포인트 증가한 92.0이었다. 해당 지수는 100보다 낮으면 장기평균과 비교해 소비 심리가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기업 심리를 나타내는 전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실적치는 전월보다 3p 오른 72였다. BSI는 부정적 응답이 긍정적 응답보다 많으면 지수가 100을 하회한다.
기재부는 “대외적으로는 중국 리오프닝 효과에 대한 기대와 함께 통화 긴축에 따른 취약부문 금융불안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영향 등 하방위험이 교차하며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며 “확고한 물가·민생안정과 철저한 대내외 리스크 관리 기반 하에 수출·투자·내수 등 전반적인 경제활력 제고 및 경제 체질의 구조적 개선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