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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영화처럼 체포된 1급기밀 유출 ‘테세이라’는 누구? 범행동기는?

입력 | 2023-04-14 13:10:00


13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연방수사국(FBI) 요원 6명이 매사추세츠주 노스다이튼 한 가정집에 들이닥쳤다. 집 주변에는 중무장 요원들이 즐비했고 상공에는 정부 감시용 쌍발기가 떠 있었다. 얼마 뒤 빨간색 반바지와 부츠를 신은 한 남성이 양손에 수갑을 찬 채로 연행되고 있다. 전 세계를 발칵 뒤집은 미 국방부 1급 기밀 최초 유포 용의자 잭 테세이라(21)다.

매릭 갈랜드 미 법무부 장관은 이날 짧은 성명을 내고 일병 테세이라가 “무사히”(without incident) 체포됐다고 발표했다. 그는 ‘무허가 국방 기밀 정보 제거, 보유 및 전달’ 혐의로 주 연방지방법원에 기소될 예정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수사 당국은 테세이라가 부모님과 함께 사는 집에 다수의 무기를 소지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체포 당시 이 같은 병력을 배치했다고 한다. 실제 그 집에서 총기가 발견됐다. 한 이웃 주민은 공군 일병 테세이라 존재는 몰랐지만 집 뒤 숲에서 무기 발사하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고 했다. 그가 체포되고 난 집에는 FBI 수사가 이어졌다.

◇그는 누구인가

‘총기 애호가’로 알려진 테세이라는 게임 이용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채팅앱인 디스코드에서 총과 군사장비, 신을 사랑하는 모집해 대화방 ‘서그 셰이커 센트럴’(Thug Shaker Central)을 만들고 20~30명의 남성 회원을 확보했다. 미성년자뿐만 아니라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러시아 출신을 포함한 유럽, 아시아, 남미 등 외국인이 절반가량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테세이라를 ‘O.G’라고 불렀다.

O.G는 회원들에게 경외의 대상이었다. 테세이라를 직접 만난 적 있다는 한 회원은 그가 대화방 회원들보다 나이가 많았으며 논란의 여지가 없는 리더(undisputed leader)였다고 묘사했다. 영국 가디언은 회원들에게 그는 “젊은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젊은이”였다고 했다. 한 회원은 “그는 건강하고 힘세며 무장하고 훈련을 받았다”며 “어떤 끝내주는 영화로부터 기대할 수 있는 모든 것”이라고 극찬했다. 다른 회원은 “그는 똑똑한 사람이고 이 문서들을 게시할 때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알고 있었다”며 “어떤 종류의 실수로 유출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이들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자가 격리하는 가운데 온라인상에서 강한 유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대화방은 추천받아 몇 달간 신원확인을 거친 사람만 입장할 수 있었으며 이곳에서 1급 기밀 외에도 총기, 비디오게임, 인종차별적 밈 등을 공유했다. 테세이라는 인종차별적이고 반유대적일 뿐만 아니라 미정부에 대해 어두운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종종 미국, 특히 사법당국과 정보기관이 일반 시민을 억압하고 이들을 어둠 속에 가두는 사악한 세력이라고 묘사했다.


◇어떻게 가능했나

용의자 테세이라는 매사추세츠주 공군 방위군 소속 102정보단 일병이다. 그는 사이버 군 수송체계 전문가로서 훈련받았는데 이는 부대 통신망 운영 유지와 같은 여러 업무를 포괄하고 있다. NYT에 따르면 그 어머니는 아들이 공군 방위군 소속임을 확인해주고 최근 주 케이프코드 기지에서 야간 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아들이 지난 며칠 동안 전화번호를 바꿨다고 했다.

테세이라가 체포되면서 이제는 미군에서 두 번째로 낮은 계급인 ‘일병’이 어떻게 방대한 미정부 1급 기밀에 접근할 수 있는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영국 가디언은 “유출의 반향은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한국 서울 그리고 다른 세계적인 수도로 확산했고 유출의 방대함은 미국이 동맹국들을 염탐해왔다는 증거로 방관자들을 떨게 했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사안에 정통한 익명의 미 관리를 인용해 “테세이라가 ‘합동 범세계 정보 통신체계’(JWICS)라 불리는 국방부 내부 1급 기밀 컴퓨터 네트워크에 접근할 수 있었다”며 “이러한 접근 경로를 통해 테세이라가 유출된 많은 문건과 동일한 수준으로 분류된 문서를 읽고 인쇄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JWICS에 접근하려면 비밀 정보 취급 허가를 필요로하는데 테세이라가 어느 수준의 보안 허가를 가졌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앞서 테세이라 본인 역시 대화방 회원들에게 하루 중 일부 시간을 보내는 군 보안시설에서 기밀을 공유한다고 밝혔다. 휴대전화와 전자기기 반입이 금지된 곳에서 초기에는 수백개 기밀문건을 일일이 타이핑해서 복사본을 만들어 유포했는데 나중에는 수작업이 싫증이 났는지 사진을 찍어 보냈다.


◇범행 동기는

현재로서 불분명한 상태다. 회원들은 그가 ‘내부 고발자’가 아니며 단순히 ‘정보 제공’ 차원이었다고 두둔했다. 그가 기밀을 유포하면서 세계정세를 따라가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강의했다는 대화방 외 다른 공간에 유포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기밀 상당수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돼 있지만 회원들은 그 어느 편에도 속해 있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WP에 따르면 한 회원은 “그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요원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화방은 종종 ‘곰 대(對) 돼지’라고 불렸는데 이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를 저격하기 위한 것으로 테세이라가 이번 전쟁에서 누구의 편도 들지 않았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설명했다.

FBI 관계자에 따르면 당국은 최근 며칠간 테세이라 수사에 총력을 다할 전망이다.

NYT는 “펜타곤(미 국방부) 문건, 위키리스크, 에드워드 스노든 폭로에 이르기까지 이전의 엄청난 정보 유출과 달리 (이번 사건은) 어떤 범행 혹은 정부 정책에 대한 분노가 요인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이번 사건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모든 당사자뿐만 아니라 미래 정보 수집에 잠재적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과거 유출 사건 이후 적절한 안전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점은 향후 적잖은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