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국제 자동차 전시회 ‘2023 서울 모빌리티쇼’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9일까지 11일간의 일정을 끝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이번에는 국내 1위 자동차업체 현대자동차가 선보인 국민 세단 ‘쏘나타’를 다뤄보려 합니다.
#3. 국민 세단 쏘나타의 라스트댄스…. 반응 좋은 ‘쏘나타 디 엣지’, 얼마나 팔릴까?
현대자동차의 중형 세단 쏘나타의 외관. 끊김 없이 연결된 수평형 램프(심리스 호라이즌 램프)가 인상적인 외관을 만들고 있다. 고양=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일단 외부 디자인은 현대차가 추구하는 디자인 철학인 센슈어스 스포티니스(Sensuous Sportiness, 감성을 더한 스포티함)가 물씬 반영됐습니다. 전면 주간 주행등에는 그랜저, 코나 등에서 선보였던 ‘끊김 없이 연결된 수평형 램프’가 사용됐습니다. 전면 한 줄은 이제 현대차 ‘패밀리룩(일관된 디자인)’으로 자리매김하는 분위기네요. 이 주간 주행등 덕분에 전면 하단의 디자인이 안정적이고 조화로운 느낌을 줬습니다.
현대차의 고성능 브랜드 N을 적용한 ‘쏘나타 디 엣지’ N라인. 고양=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옆면은 매끈하게 처리했고, 후면에는 H 모양의 라이트를 배치했습니다. 후면에 대해서는 평가가 다소 엇갈리는 것 같은데, 전체적으로는 과하지 않고 무난하다는 느낌입니다. 함께 출시된 ‘쏘나타 디 엣지’ N라인은 외관상 큰 차이가 없고, 후면 배기구 수가 2개인 점만 다릅니다.
내부는 중형 세단답게 널찍합니다. 디자인도 무난한 형태입니다. 일반 모델은 △가솔린 2.5 터보 △가솔린 1.6 터보 △가솔린 2.0 △가솔린 2.0 하이브리드 △LPG 2.0 등 총 5개로 판매됩니다. 고성능 N라인은 △가솔린 2.5 터보 △가솔린 1.6 터보 △가솔린 2.0 등 3개 모델로 구성됐습니다. 가격은 미정이고, 4월 20일부터 사전 계약에 돌입할 예정입니다.
현대차 ‘쏘나타 디 엣지’ 내부. 고양=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지난달 3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쏘나타가) 8세대까지 오면서 많은 고민이 되고 있다. 역시 전동화의 큰 흐름에서 판단을 해야 할 것 같다.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단종 여부를 묻는 질문에 정석적인 답변을 내놓으며 말을 아낀 겁니다.
현 시점에서 쏘나타의 미래에는 세 가지 시나리오가 놓여 있습니다. 하나는 향후 선보일 전기차 세단에 ‘쏘나타’의 이름을 넘겨주는 것. 다른 하나는 ‘쏘나타’ 역사의 마침표를 찍는 것, 마지막은 ‘쏘나타’가 9세대 모델로 기사회생해 명맥을 잇는 것.
먼저 첫 번째 시나리오, 신형 전기차에 ‘쏘나타’의 이름을 부여하는 겁니다. 굳이 이름을 지어보자면, 쏘나타 EV나 e쏘나타, 쏘나타 e악장…. 이런 이름이 될 수 있겠네요. 그런데 현대차 입장에서 현 시점에서 굳이 중형 전기 세단에 쏘나타라는 이름을 붙일 이유가 없습니다. 바로 ‘아이오닉6’가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오닉6는 5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진행된 ‘2023 월드카 어워즈’에서 ‘2023 세계 올해의 자동차’에 선정되며 전기차 시장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뽐냈습니다. 현대차의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의 상품성이 강해진 만큼, 굳이 쏘나타의 이름을 쓸 이유도 없고 그것도 차급이 겹치는 중형 전기 세단을 만들 이유도 없는 셈이죠.
3월 기아가 공개한 스팅어 헌정 영상의 한 장면. 기아는 고성능 세단 스팅어가 비록 단종됐지만, 기아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의미를 담아 이 영상을 만들었다. 현대차가 쏘나타 단종을 공식 선언한다면, 쏘나타 역시 헌정 영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지 않을까. 기아 유튜브 영상 캡쳐
쏘나타의 은퇴를 강력하게 반대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택시업계죠.
‘택시=중형 세단’이라는 강력한 이미지 탓에 쏘나타는 택시 기사들로부터 많은 선택을 받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현재 7세대 쏘나타를 기반으로 제작한 택시 전용 모델 ‘쏘나타 뉴라이즈’를 판매하고 있죠. 현대차 4월 납기표에 따르면 주문해도 12개월 이상 대기해야 하는 인기 모델입니다. 가격도 2043만 원부터 시작하는, 그야말로 택시 영업을 위해 최적화된 모델이라고 볼 수 있죠.
쏘나타 뉴라이즈(왼쪽)는 현재 국내에 판매중인 유일한 중형 세단 택시 모델이다.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등록된 택시 4만1552대 중 쏘나타가 1만6646대로 가장 많았다. 현대 디 올 뉴 그랜저 택시(오른쪽 위)와 기아 K8 택시(오른쪽 아래)도 있지만, 중형 세단은 쏘나타가 유일하다. 현대자동차·기아 제공
사실 쏘나타와 택시는 애증의 관계입니다. 쏘나타가 택시로 주로 쓰이는 차라는 이미지는 예상보다 강력해서, 소비자 입장에서 쏘나타 구매를 가장 주저하게 만든 부분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관련 커뮤니티에서 쏘나타 디 엣지에 대한 글을 찾아보면 “차는 예쁜데, 택시 모델이 나오면 고민될 거 같다”는 반응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한 현대차 관계자는 쏘나타에 덧씌워진 ‘택시차’ 이미지를 바꾸는 게 쉽지 않은 것 같다고 토로하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8세대 쏘나타를 처음 내놓을 당시 현대차는 “신형 쏘나타에는 택시 모델이 없다”고 선언하기도 했죠.
4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 2023 서울 모빌리티쇼에서 관람객들이 현대차 쏘나타 디 엣지를 살펴보고 있다. 고양=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쏘나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세단보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선호하는 최근 소비자들의 취향, 인기 차종인 아반떼와 그랜저 사이에 낀 차급을 고려하면 과거 ‘국민 세단’의 영광을 되찾을만한 판매량을 기대하긴 다소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납득할만한 가격대가 제시된다면, 그리고 20일부터 시작되는 사전 계약이 흥행한다면, 1985년생으로 불혹이 가까워진 쏘나타의 신화가 조금 더 이어질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요.
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