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four)에버 육아’는 네 명의 자녀를 키우며 직장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기자가 일상을 통해 접하는 한국의 보육 현실, 문제, 사회이슈를 담습니다. 단순히 정보만 담는 것을 넘어 저출생의 시대에 다자녀를 기르는 맞벌이 엄마로서 겪는 일화와 느끼는 생각도 공유하고자 합니다.
한 지자체가 주최한 다자녀 가족 행사에 참가한 가족들이 만들기 활동을 하고 있다. 포항=뉴시스
지난달 28일 정부의 저출산 대책이 발표되고 나서 자주 방문하는 온라인 카페에 들어가 보니 이런 글이 올라와 있었다. ‘특공’이란 공공주택 다자녀 특별공급을 줄여 부르는 말이었다. 다자녀 부모들이 많이 가입돼있는 곳이라 댓글에는 글에 공감하는 내용이 가득했다. ‘이제 어린이집 대기가 한참 밀리겠다’거나 ‘민간기업의 각종 3자녀 혜택도 더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 글도 다수 보였다. 대부분 다자녀 가정의 기준이 두 자녀로 확대되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들이었다.
● “3자녀 너무 적어”… 다자녀 기준 2자녀로
정부는 지난달 다자녀 기준을 3명에서 2명으로 바꾸는 것을 포함한 저출산 고령화 대책을 발표했다. 앞으로 두 자녀 가정도 다자녀 특공에 지원할 수 있게 됨은 물론, 어린이집 입소 시에도 다자녀 가산점이 인정돼 입소를 더 빨리 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실제 정부의 설명처럼 다자녀 가구의 수는 갈수록 크게 줄어들고 있다. 전체 출산 중에서만 보아도 2012년 10.5%였던 전체 출산 중 셋째아 이상 출산 비율이 지난해에는 6.8%까지 떨어졌다. 신생아 15명이 태어나면 그 중 단 한 명만 셋째 이상 출생아라는 뜻이다. 특히 기자 같은 워킹맘 가운데 셋째아 이상 출산하는 경우는 더욱 적어서 갈수록 동료들 사이에서 ‘천연기념물’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단 한 명의 아이가 아쉬운 정부 입장에서는 다자녀 기준을 확대해 그 혜택을 보다 많은 가정이 누리게 하고 그로 인해 출산율이 오르길 바랐을 것이다. 3자녀 이상 가족들이 ‘내 혜택이 줄었다’며 불평하는 모습은 자기 가족만 생각하는 다소 이기적인 입장으로 비칠 수 있다.
● 3자녀 가구들 “혜택 상대적으로 줄어든 셈”
하지만 다자녀 부모들의 불평을 단순히 이기주의로 치부할 수 있을까? 세 아이 이상 키워봤거나 그런 지인을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이라면 감히 그런 말을 하기 어려울 것이다. 자녀를 3명 이상 갖게 되면 차량과 집을 추가로 구입해야 할 수 있고, 여행 숙소를 잡을 때도 추가 경비가 든다. 기자의 아이들 4명이 한 박물관에서 영상을 관람하고 있는 모습.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집도 마찬가지다. 기자는 셋째를 임신했을 때 기존 집보다 평수를 1.5배 이상 넓힌 현재의 집으로 이사했다. 이유는 단 하나다. 아이들에게 각방은 못 줄지언정 나중에 공부방이라도 만들어주려면 아이들 방이 2개는 필요했기 때문이다.
세 자녀 이상 가구는 여행 한 번 갈 때도 비용이 배로 들어간다. 대부분의 숙소는 4인 가구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5인 이상 가구는 추가 비용을 내거나 무조건 더 큰 방을 잡아야 한다. 여행경비에서 가장 큰 게 숙소비용인데, 사나흘만 묵어도 경비에서 3, 4인 가족과 배 차이가 나게 된다. 여기에 큰 차 렌트비까지 더해진다.
하다못해 길을 다닐 때도 인간의 손은 두 개고 아이는 셋 이상이다 보니 아이 한 명은 늘 위험에 노출된다. 이런 자잘한 것을 포함해 3자녀 이상 가구가 이 사회를 살며 신경써야 할 것과 들여야 할 비용은 단순히 자녀 머릿수 하나를 추가하는 것 이상이다.
● 유럽은 자녀수 따라 혜택 오르는데
잘 알려져 있듯이 프랑스는 가구 구성원 수에 따라 세금을 절감해주는 등 아이가 많으면 많을수록 혜택이 더 많아지는 제도를 갖고 있다. 한국처럼 다자녀 가구면 ‘All’, 아니면 ‘Nothing’ 식의 이분법적인 제도가 아니다. 한 병원 신생아실 모습. 출산이 줄면서 신생아 수도 적고 멀리 빈 침대도 보인다. 동아일보DB
이번 다자녀 기준 확대 정책은 2자녀 가구엔 확대 정책이었지만 3자녀 이상 가구나 그를 꿈꾸는 가구에겐 상대적으로 혜택 ‘축소’ 정책이었다. 이번 대책 발표 이후 주변에서 아이가 둘인데 하나를 더 갖고 싶었다던 지인은 “셋 생각은 접어야겠다”고 하기도 했다. 출산을 독려하려면 가임군 그 누구에게도 혜택이 줄어들거나 정책에서 소외되는 것 같은 박탈감을 줘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정부의 정책에 부합하게 아이를 많이 낳은 가정에는 말이다. 게다가 3자녀 이상 가구 부모들은 오히려 출산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적고 문턱이 낮은 편이다.
앞서 언급한 카페에서 한 다자녀 부모는 ‘애국하려고 낳은 것도 아니지만, 유공자 혜택도 주지 않으면서 이제 더 이상 우리를 애국자라고 부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디 다음 저출산 대책을 짤 때는 이런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듣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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