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도 이탈/마쓰모토 하지무 지음·김현욱 옮김/424쪽·2만1000원·글항아리
2005년 4월 25일 오전 9시 19분 4초. 일본 효고(兵庫)현 아마가사키시에서 벌어진 ‘후쿠치야마(福知山)선 탈선 사고’로 아내와 여동생을 잃고, 딸이 중상을 입은 아사노 야사카즈 씨의 시간은 이날 멈췄다.
2007년 6월 발표된 사고조사보고서는 23세 열차 운전사의 주의 소홀을 사고 원인으로 지목했다. 운전사가 열차 지연을 만회하기 위해 무리하게 과속하다 벌어진 사고라는 분석이었다. 고작 12줄의 글로 사고 원인을 기록한 이 보고서에는 사고의 구조적인 원인이 담기지 않았다. 지역환경계획연구소 대표였던 아사노 씨의 싸움은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그날 운전사가 무리하게 과속하면서까지 열차를 몰았던 이유가 무엇인지 추적에 나선 것이다.
사고 당시 고베신문 기자였던 저자가 사고 이후 10년 동안 서일본여객철도주식회사(JR서일본)에 맞서 사고 원인을 파헤친 아사노 씨의 분투를 기록했다.
아사노 씨가 걸어온 10년의 궤적은 변화를 이끌어냈다. 안전관리를 체계화하는 규정이 마련됐고, 지연 운행에 대해 내리는 징벌 제도가 없어졌다. 열차가 정해진 속도를 넘어섰을 때 자동적으로 감속시키는 신형 자동 열차 제어 장치도 설치됐다. “사고를 사회화하는 것이 유가족의 책무”라는 자신의 말을 지킨 것.
2018년 일본에서 출간된 이 책은 이듬해 고단샤(講談社) 논픽션상을 받았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