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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 파손 조짐 실시간 감지… “안전과 비용절감 혁신 자신”[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입력 | 2023-04-15 03:00:00

타이어 센서 세계 첫 상용화로 트럭 안전도 높이는 ‘반프’
안전 위해 바퀴 관리 중요한 트럭… 자율주행으로 운행시간 늘어나면
타이어 이상 상시 파악 수요 증가… 내년 하반기 미국서 서비스 출시
물류 트럭 관리비도 최적화… 글로벌 타이어 회사가 시험 도맡아



유성한 반프 대표이사가 8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타이어 실시간 모니터링 센서를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설명하고 있다. 유 대표는 “자율주행으로 운행 시간이 늘어나는 시대를 대비해 개발했지만 지금도 적용 가능하다”며 “상용차 타이어에 먼저 적용한 후 승용차 타이어 등으로 확대할 생각이다”라고 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차량이 자율주행하는 시대가 되면 차를 이동형 회의실이나 침실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소비자 관점의 전망은 많이 나왔다. 그렇게 차량의 활용 시간이 늘어날 때 생기는 새로운 사업 기회는 없을까.

주행 분석 안전 솔루션을 만드는 스타트업 반프(BANF)의 유성한 대표(40)는 자율주행의 시대를 예상하면서 차량 운행 시간 증가에 주목했다. 운행이 가장 늘어날 차는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주는 트럭 같은 상용차라고 봤다. 물류 트럭은 고속도로 구간을 많이 달리기 때문에 자율주행 구현이 상대적으로 쉬워 이르면 2024년부터 가능(레벨 4)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자율주행 트럭 개발회사들은 실제로 24시간 운행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트럭의 타이어는 관리 측면에서 보면 비싼 소모품(1개당 약 700달러)이다. 교통사고 원인 측면에서는 ‘운전자의 부주의’ 다음이 ‘타이어의 이상’일 정도로 관리가 중요하다. 유 대표는 8일 서울 강남구 반프 본사에서 “자율주행의 시대가 되면 운전자의 부주의 요인은 사라지는 셈이어서 사고 예방을 위한 타이어 관리의 중요성이 더 커지게 된다”며 “세계적인 타이어 회사들이 타이어 내부에 센서를 넣어 실시간으로 타이어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개발한다는 것을 알고 과감하게 도전했다”고 했다.


● 글로벌 타이어 회사들보다 앞서 개발

타이어 센서의 영문판 개념도. 센서는 바퀴 내부에 부착되고 데이터는 바퀴 위쪽의 직사각형 수신부로 전송된다. 반프 제공 

반프는 타이어의 내부에 부착하는 내구성이 뛰어난 타이어 센서(iSensor)를 개발했다. 가로세로 각 1.5cm, 높이 0.5cm 크기의 센서는 타이어의 상하좌우 움직임과 내부 압력, 온도 등을 측정해 트럭 바퀴 위쪽 차체에 부착된 수신기로 데이터를 송출한다. 그 데이터는 이동통신망을 타고 반프의 서버에 저장된다.

반프의 센서 개발은 사실상 세계적인 타이어 회사 한 곳과의 협업으로 이뤄졌다. 반프는 2년여 동안 국내에서 센서를 조금씩 개선했고, 테스트는 타이어 회사가 있는 국외에서 진행했다(비밀 유지 계약 때문에 이름을 밝히지는 못한다). 상용화를 앞두고 현재 미국 텍사스에서 트럭에 적용해 막바지 데이터 수집 시험을 진행 중이다. 반프는 자율주행 트럭 개발 스타트업으로 유명한 미국의 투심플(tusimple)과도 협업해 올해 상반기 중 타이어 센서를 장착한 트럭을 확대할 예정이다. 서비스 정식 출시는 내년 하반기로 계획하고 있다.

유 대표는 “미쉐린 브리지스톤 굿이어 콘티넨탈 피렐리 같은 세계 타이어 회사들이 모두 이런 센서를 개발 중이지만 제품화가 가능할 정도로 안정적으로 전원을 공급하고 데이터를 송출하는 곳은 아직 없다”고 했다. 그는 “글로벌 업체들은 타이어의 실시간 데이터 획득을 위한 다중 무선 네트워크 아키텍처 설계, 센서 경량화, 센싱에 필요한 에너지 솔루션 개발 부문에서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타이어 내부 환경은 실시간 데이터를 얻기에는 혹독한 조건이다. 고속으로 운행되는 조건에서 견디는 내구성을 갖춘 센서가 필요하다. 또 가속도를 측정해 타이어의 상하좌우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전력 솔루션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측정한 데이터를 타이어 외부로 내보내는 것도 쉬운 문제는 아니다. 타이어 내부에는 철심들이 들어 있어 무선 통신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반프의 센서는 타이어의 이상 정보(평크, 타이어 파손, 편마모 정도, 탈거 조짐, 교체 시기 등)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사고의 조짐이 보이면 운행을 중지할 수 있도록 해준다. 또 휠얼라인먼트(바퀴의 정렬 상태)를 그때그때 파악해 연비가 나빠지는 것을 예방한다. 적재량에 따른 연비와 타이어 수명도 예측해 준다. 타이어는 차량이 지면과 직접 닿는 유일한 부위라는 점에서 도로의 이상 유무를 파악하는 도구로도 제격이다.

● 시장부터 먼저 찾고 관련 기술 개발

유 대표는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부에서 학사·석사 학위를 받았다. 03학번인 그는 재학 시절 창업에 관심을 두고 ‘서울대 창업네트워크’ 동아리 활동을 했다. 병역 특례로 대기업 연구소에 근무하면서 창업 아이템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가 창업 아이템을 찾은 방식은 예비 창업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방식이다. 여느 기술 창업은 자신들이 개발한 기술을 중심으로 시장을 찾는 방식인데, 유 대표는 달랐다. 시장이 있을 만한 곳을 먼저 찾았다. 평소 다양한 회사의 재무제표를 살펴보는 유 대표는 영업이익률이 높은 업종을 물색했더니 타이어 회사들이 눈에 띄었다. 제조업은 5%의 이익률도 내기 힘든데 10% 안팎의 영업이익을 내는 곳이 세계적으로 많았다. 기회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타이어 업계 사람들을 만났다. 그때 세계적인 타이어 업체들 모두가 타이어의 디지털 혁신을 위해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한 센서를 개발 중이라는 것을 알았다. 통신과 데이터에 자신이 있었던 그는 도전해 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2020년 12월 하드웨어와 운영을 맡아 줄 동료 2명과 함께 반프를 창업했다. 반프(BANF)는 ‘Begin A New Future’(새로운 미래를 시작하라)의 머리글자에서 나왔다. 유 대표는 “자본금 1억 원은 3명이 갹출했고, 이후 필요한 경비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의 여러 창업 지원금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 “센서 부착 무료… 구독 모델로 혁신 불러올 것”
반프의 무대는 해외다. 미국 시장을 특히 눈여겨보고 있다. 미국은 국내와 달리 트럭의 소유와 관리를 트럭 물류회사(fleet)가 하는 구조다. 국내는 트럭 운전사들이 개인사업자로 자신의 트럭을 관리하면서 물류의 한 축을 맡고 있다.

반프에 따르면 컨테이너를 싣는 대형 트럭의 경우 지금도 1년에 1번은 타이어를 교체한다. 타이어 1개의 가격은 700달러 수준. 트럭 1대에 18개가 들어가니 1년에 1만2600달러나 된다. 반프는 24시간 운행 시대가 되면 타이어 교체 주기가 2, 3개월로 단축될 것으로 예상한다. 타이어 결함으로 인한 사고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다. 타이어 수명을 연장해주고 사고를 낮춰주는 실시간 모니터링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프는 센서는 무료로 제공하고 트럭 1대당 구독 비용을 받는 비즈니스 모델을 계획하고 있다. 유 대표는 “지금까지 데이터 분석 결과 센서를 달면 트럭 1대당 연료비 15%, 타이어 교체 비용 10%, 정비비 25%, 보험료 5% 등을 절약할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고 했다. 도로 노면의 파임 정보나 결빙 정보 등을 확보해 도로를 관리하는 기관이나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들에 서비스할 계획도 있다. 반프는 한발 더 나아가 트럭 물류정보업체(FMS)를 인수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센서를 활용한 차별화된 관리 서비스로 관련 시장을 장악한다는 전략이다.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유 대표는 “국내에 있으면서 미국이나 유럽의 물류 시장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새로운 비즈니스로 해외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사업의 현지화에 더 힘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바퀴는 5500여 년 전 벽화에도 등장할 만큼 오래된 인류의 혁신품이다. 그 바퀴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는 혁신은 국내 스타트업 반프가 주도하고 있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