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김정은 “핵반격 효용 급진전”…고체연료 ICBM ‘화성-18형’ 공개

입력 | 2023-04-15 03:00:00

3단 로켓 분리과정 이례적 밝혀
“적들 극도의 공포 떨게할것” 위협
美, 전폭기 B-52H 한반도 전개



북한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8형’이 13일 발사되는 모습. ‘화성-18형’은 고체연료 ICBM인 만큼 지상에서 발사되는 순간부터 엔진이 점화되는 ‘핫론치’가 아닌, 발사관 밖으로 튀어나와 공중에 떠오른 뒤 엔진이 점화되는 ‘콜드론치’ 방식이 적용됐다. 노동신문 뉴스1


북한이 고체연료를 사용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을 전날 발사했다고 14일 밝혔다.

북한은 이날 ‘화성-18형’의 3단 로켓 분리 과정까지 이례적으로 공개하며 1단 로켓 분리 전까지 정상 각도로 비행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앞으로 3단까지 모두 정상 각도로 비행시키는 추가 시험검증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화성-18형’은 3단까지 모두 정상 각도로 비행하면 최대 사거리가 1만 km를 웃돌아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권에 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화성-18형’ 발사 현장을 참관한 뒤 “핵 반격 태세의 효용성을 급진전시키고, 공세적인 군사전략의 실용성을 변혁시키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고체연료 ICBM의 경우 연료 주입 시간이 필요하지 않아 수 분 만에 쏠 수 있기 때문에 “효용성이 급진전됐다”고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기존 액체연료 ICBM은 장시간 연료 주입 과정에서 그 발사 징후가 한미 정찰자산 등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또 김 위원장은 한미를 겨냥해선 “치명적이며 공세적인 대응을 가해 극도의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게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ICBM을 앞세운 중대 도발을 이어가며 한반도 긴장 수위를 더욱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내비친 것.

북한이 ‘화성-18형’을 쐈다고 주장한 이날 미국의 B-52H 전략폭격기는 한반도로 날아와 우리 공군 전투기와 연합 공중훈련을 실시했다. 핵무장이 가능한 B-52H는 B-1B, B-2와 함께 미국의 ‘3대 전략폭격기’로 꼽힌다.





北 “화성-18형, 정상각도 발사뒤 변칙 비행” 美전역 기습타격 위협


“고체연료 1단 정상각, 2·3단 고각”… ICBM 핵심인 단분리 기술력 과시
3단 로켓 모두 정상각도 비행땐
최대 사거리 1만km 크게 웃돌아
일부선 “첫 발사라 안정성 고려한듯”

딸 주애-부인 리설주-여동생 김여정 총출동 북한 노동신문은 1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지켜보는 가운데 전날 신형 고체연료를 처음으로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을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딸 주애와 부인 리설주, 동생인 김여정 노동장 부부장(왼쪽부터)도 발사 장면을 지켜봤다. 노동신문 뉴스1 

북한은 14일 전날 발사한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화성-18형’이라고 발표하면서 비행 각도까지 공개했다. 북한은 2017년 7월 4일 ‘화성-14형’을 시작으로 ‘화성-17형’까지 꾸준히 ICBM 기술을 진화시키며 도발을 이어왔다. 통상 3단으로 구성되는 ICBM의 단계별 비행 각도를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 ‘정상 각도→고각’ ICBM 이례적 변칙 비행
이날 북한 관영매체인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 등에 따르면 총 3단 형태인 ‘화성-18형’ 중 가장 큰 동체인 1단 로켓이 분리돼 해상에 떨어지기 전까지 이 미사일은 ‘표준 탄도 비행 방식’, 즉 정상 각도로 비행했다. 실전 사용 시 각도인 정상 각도(30∼45도)로 날아갔다는 것.

북한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이동식발사차량(TEL)에 탑재된 발사관 안에 있던 ‘화성-18형’은 공기 압력에 밀려 발사관 밖으로 튀어나온 직후 연료에 불이 붙고 곧바로 수직으로 솟구쳤다. 고체연료 ICBM 발사 시 통상 쓰는 ‘콜드 론치’(cold launch) 기술이 적용된 것. ‘화성-18형’은 이내 수평 방향으로 기울어지며 정상 각도로 비행했다.

연료가 다 연소돼 1단이 떨어져 나간 뒤에는 2·3단과 탄두만 연결된 채 비행하는데, 이때부턴 고각 비행을 했다는 게 북한의 주장이다. 통상 북한은 미사일 기술 검증 과정에서 고각 비행 방식을 사용해 왔다. 고각으로 날리면 사거리가 대폭 줄어 일본 등 타국 영공·영해 침범 소지가 줄어들기 때문. 북한은 이날 고각 비행 전환과 관련해 “주변 국가들의 안전을 고려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다만 북한은 정상-고각 비행 방식을 섞어 사용했음에도 1·2·3단이 비행 중 순차적으로 분리되는 모습을 카메라로 촬영한 뒤 공개해 고체연료 ICBM의 핵심 기술인 단 분리 기술을 확보했다는 점을 과시했다.

● 3단 모두 정상 비행 시 미 전역이 타격권

북한이 ‘화성-18형’을 이처럼 이례적인 방식으로 비행시킨 건 추후 3단 로켓을 모두 정상 각도로 비행시켜 미 본토를 직접 핵공격할 수 있다고 위협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화성-18형’은 1·2·3단이 순차 분리되고 탄두만 남아 표적을 향해 갈 때까지 전체 궤도를 정상 각도로 비행하면 사거리가 1만 km를 크게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미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거리다. 또 ‘화성-18형’은 연료를 일체형으로 미사일에 주입한 뒤 굳히는 방식으로 제작하는 고체연료 ICBM인 만큼 발사 전 별도의 연료 주입 시간이 필요 없어 대미 기습 타격이 가능하기 때문에 “북한 ICBM의 최종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상민 한국국방연구원 북한군사연구실장은 “북한은 ‘시간 지연 분리 시동 방식’으로 미사일 최대 속도를 제한했다고 표현했다”며 “이는 더 빠르게 더 멀리 보낼 수 있음에도 의도적으로 조절했다는 의미”라고 했다.

다만 북한이 비행 초기에 정상 각도를 선택한 것이 오히려 발사 실패 위험을 줄이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화성-18형’ 중 1단은 총 3단 중 가장 길고 크다. 이 때문에 1단 내부 고체 추진제(연료+산화제)의 부피도 커 추진제에 미세한 균열이라도 발생할 경우 폭발할 수 있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1단 분리 전부터 고각 비행하면 정상 비행할 때보다 과도한 진동이 발생하는 등 부하가 걸려 미사일이 공중 폭발할 수도 있다”며 “첫 시험 발사인 만큼 1단 고체 추진제에 대한 기술적 확신이 없어 안전하게 정상 각도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앞으로 북한이 다시 ‘화성-18형’의 전체 고각 비행을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고각 발사로 고도 5000km 이상까지 날려 보내 고체연료의 기술적 신뢰성부터 증명하려 할 수 있다는 것.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분석관은 “북한은 고도를 최대치로 올려 미국까지 날려 보낼 수 있는 신형 고체연료의 막강한 추력을 과시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