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감청 논란] 기밀유출 용의자 테세이라 체포 채팅방에 기밀 올리며 정보력 과시… FBI, 용의자 사진으로 위치 파악 美, 280만명이 기밀 접근권 가져… 내주 의회 청문회 열어 방지책 논의
美 기밀 유출 테세이라에 간첩법 적용 미국 기밀문건의 유출 용의자로 13일(현지 시간) 전격 체포된 매사추세츠 주방위군 소속 정보병 잭 테세이라가 과거 소셜미디어에 올린 제복을 입은 사진(위쪽 사진). 메릭 갈런드 미 법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를 ‘간첩법’ 위반 등으로 기소하겠다고 밝혔다. 테세이라는 빠르면 14일 법원에 출석할 예정이다. 사진 출처 테세이라 인스타그램·워싱턴=AP 뉴시스
다만 미 정규군이 아닌 매사추세츠 주방위군 소속의 말단 통신병인 테세이라가 1급 기밀에 제한 없이 접근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미국의 허술한 보안 체계에 대한 비판은 물론이고 사태의 후폭풍 또한 쉬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미국의 전방위적 도·감청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 전 미 국가안보국(NSA) 요원의 2013년 고발 후 10년이 지났는데도 미 기밀문서 취급 체계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 테세이라, ‘애국자 가문’ 출신…“과시욕 넘쳐”
테세이라는 문건을 유출한 채팅 플랫폼 ‘디스코드’ 내 채팅방에서 ‘OG’라는 닉네임을 쓰며 극우, 반유대 성향을 드러냈다. 10대가 대부분인 채팅 참여자에게 위계 질서와 국제 정세의 중요성 등을 훈계했다. 참여자들은 테세이라가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사건에 대해 예언하듯 말하자 그를 지도자처럼 떠받들었다.
테세이라는 이런 대우를 즐겼고 자신이 중요한 사람인 듯 행동했다. 그가 스노든 같은 ‘내부 고발자’가 아니라 ‘허세’와 ‘과시’를 목적으로 유출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그는 문건 게재 후 참여자의 관심이 시들해지면 “제대로 읽지 않으면 더이상 문건을 올리지 않겠다”며 수차례 화를 냈다.
● 장갑차-군용기 동원 체포
체포 과정 생중계 미국 기밀문건 유출 용의자인 매사추세츠주 방위군 소속 정보병 잭 테세이라(가운데)가 13일(현지 시간) 매사추세츠주 노스다이턴의 어머니 집에서 중무장한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에게 연행되고 있다. 당국은 그가 채팅 플랫폼 ‘디스코드’에 문건을 사진으로 찍어서 올릴 때 사진 속 배경에 드러난 모습을 보고 그의 위치를 파악했다. 이날 그의 체포에는 장갑차, 무장요원 6명 등이 동원돼 군사 작전을 방불케 했다. CNN 등 미 언론은 체포 과정을 생중계했다. 노스다이턴=AP 뉴시스
요원들은 테세이라가 집에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가 현직 군인이자 무기 애호가임을 감안해 곧바로 집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그의 이름을 불렀다. 테세이라는 비교적 순순히 체포에 응했다. 그는 양손을 깍지 낀 채 머리 뒤로 올리고 장갑차까지 뒷걸음으로 이동했다. 요원들은 장갑차 뒤편에서 엄폐하며 소총으로 그를 조준했다.
미 간첩법에 따르면 유출 문건 1개당 최대 10년 형이 가능하다. 350여 건을 유출한 그가 산술적으로 수백 년의 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 280만 명 정보 열람-인쇄 관행 문제
주방위군 일병인 그가 어떻게 1급 기밀을 빼돌릴 수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13일 미 보안 체계가 ‘계급’보다 ‘직무 연관성’을 중시한다며 “직무에 따라 비밀취급 인가가 필요할 수 있다”고 했다. 그의 보직이 통신 정보병이어서 높은 수준의 기밀 접근권을 부여받았다는 의미다.CNN은 6년 전인 2017년 기준으로도 160만 명이 기밀 접근권을 보유했고 추가로 120만 명이 기밀 정보를 볼 수 있다고 전했다. 280만 명이 볼 수 있는 방만한 운영 체계, 메모를 즐기는 군 장성 등을 위해 기밀을 종이로 인쇄하는 관행 등을 시급히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집권 민주당 측은 다음 주 중 청문회를 열어 재발 방지책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