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서울 모빌리티쇼가 열린 경기 고양시 킨텍스의 메르세데스벤츠 전시장. 평일인 6일에도 많은 관람객들로 인해 전시된 차가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다. 고양=이건혁 기자 gun@donga.com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창이던 2021년과 올해를 비교해 ‘성장했다’고 결론내리는 건 무리입니다. 2017년, 2019년을 함께 비교해보죠.
연도
관람객 수
참가 완성차 브랜드
참가 업체 수
일반 성인 입장료
2017년
61만 명
27
221
8500원
2019년
62만8000명
21
227
1만 원
2021년
25만명
10
100
1만 원
2023년
51만명
12
163
1만5000원
자료: 서울모빌리티쇼조직위원회
왜 완성차 브랜드들은 한국을 대표하는 모빌리티쇼를 외면하는 걸까요.
몇 개 불참 브랜드들의 속사정을 들어봤습니다. 한국GM의 경우 현시점에서 모빌리티쇼에 참석했을 때의 마케팅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합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의 결정이 있었다고 하죠. 대신 한국GM은 모빌리티쇼 개막 이전에 대형 픽업트럭 GMC 시에라 드날리,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등 신차의 국내 출시 행사를 진행했죠.
독일 폭스바겐그룹은 고성능 브랜드 포르쉐에 ‘몰아주기’를 한 케이스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우디는 GM과 마찬가지로 내부적으로 모빌리티쇼 참가 효과에 대해 회의적이었다고 하네요. 폭스바겐은 2017년부터 불참 기조를 이어오고 있죠.
2023 서울 모빌리티쇼가 열린 경기 고양시 킨텍스의 포르쉐 전시장에서 고성능 전기차 카이엔S를 살펴보고 있다. 고양=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종합해보면 완성차 브랜드들은 서울 모빌리티쇼에 대해 ‘비싼 돈을 내고 전시관을 차려도 효과가 떨어지는 행사’라고 결론을 내린 겁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의 말은 이렇습니다.
“모빌리티쇼 말고도 차와 브랜드를 알릴 기회가 많이 있습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유튜브 등 온라인을 통한 마케팅이 가성비가 훨씬 높죠.”
“컨벤션 행사보다 브랜드 자체 행사를 진행하는 게 고급화 전략에 유리합니다. 관람객들에게 하나의 브랜드, 하나의 자동차에 집중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개별 행사를 진행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GM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왼쪽 위)와 마세라티 MC20 첼로(왼쪽 아래), 도요타 라브4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오른쪽). 서울 모빌리티쇼 개막 전 각 사가 주관한 자체 행사를 통해 공개된 신차들이다. 모빌리티쇼에는 전시되지 않았다. 각 사 제공
잠깐 중국으로 눈을 돌려볼까요.
서울 모빌리티쇼 행사 마지막 날로부터 9일 후인 18일(현지 시간) 아시아 최대 모터쇼로 불리는 ‘오토 상하이 2023’이 중국 상하이 국립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립니다. 전시 면적이 약 36만 ㎡로 서울 모빌리티쇼 5만3541㎡의 7배에 가깝습니다. 모두 13개 전시관에서 진행되죠. 2021년은 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됐으니, 2019년 이후 4년 만의 행사네요. 중국은 상하이와 베이징에서 격년 주기로 모터쇼를 진행합니다.
이번 오토 상하이에는 완성차 브랜드 약 100개가 참석합니다. 중국 현지 브랜드는 물론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 볼보, 폴스타, 도요타, 렉서스, 혼다 등이 모두 이름을 올렸습니다. 중국 시장에서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는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도 있고요. 중국과 공급망 등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미국 완성차 제조사 GM의 산하 브랜드(쉐보레, 뷰익, 캐딜락)와 포드 등도 대규모 전시관을 차리네요. 중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 2위인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불참하는 건 다소 의외긴 합니다.
수많은 완성차 업체가 ‘오토 상하이’로 몰려들고, 대규모 전시관과 함께 앞다퉈 신차 출시를 예고하는 모습을 보니 자동차 담당 기자로서 부럽기만 합니다. 물론 중국은 한국에 비해 큰 시장입니다. 인구도 5100만 명 vs 14억 명으로 큰 차이가 나죠. 자동차 업계 관계자의 말입니다.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억 단위 모빌리티쇼 참가 비용도 상당한 부담이다. (비슷한 시기라면) 상하이 한 곳에 집중하는 게 합리적이다.”
그렇다면 한국을 대표하는 서울 모빌리티쇼는 매번 오토 상하이에 밀려 찬밥 신세가 되어야 할까요. 그나마 오토 상하이가 비슷한 시기에 열려서 덜 드러날 뿐, 모빌리티쇼 자체의 문제는 없을까요.
2023 서울 모빌리티쇼가 열린 경기 고양시 킨텍스의 기아 전시장에서 한 어린이가 고성능 전기차 EV6 GT 가상 운전 체험 구역에서 주행 체험을 하고 있다. 고양=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이 같은 문제제기를 하는 건, 모빌리티쇼(모터쇼)가 갖는 의미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선 한 국가의 자동차산업 수준과 시장 규모를 적나라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도 큽니다. 모터쇼 현장에는 즐거운 표정으로 차를 구경하는 가족, 친구, 연인 단위의 관람객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평소 직접 앉아보거나 만져보기 쉽지 않은 포르쉐, 메르세데스벤츠 등의 고가 차량에 앉아 사진도 찍어봅니다. 아이들도 “빠방~ 빠방~” 소리를 내며 이 차 저 차 만져보기 바쁩니다. 신차에 적용된 새로운 기술을 보며 “와 나도 이런 거 만들고 싶다”며 진로를 고민하는 청소년도 있습니다. 국내에 여러 전시회가 열리지만, 모터쇼만큼 규모가 크고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부담 없이 찾아갈 수 있는 오프라인 행사가 있을까요.
이제는 진정으로 서울 모빌리티쇼의 개최 의미를 재정비해야 할 시점이 아닐까 합니다. 모빌리티쇼라는 이름에 걸맞게 자동차 외의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 등 다양한 탈 것의 비중을 높이는 겁니다. 국내 진출한 완성차 브랜드의 부담은 덜어주고, 평소 국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완성차나 베트남 같은 제3국 자동차를 초청해 볼거리를 풍족하게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부디 2025년 서울 모빌리티쇼 관련 기사를 작성할 때는 “모터쇼 이대로 좋은가”와 같은 평가가 나오지 않기를 희망합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