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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이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이후 최저로 곤두박질쳤다. 세계무역기구와 한국무역협회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전 세계 수출액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74%에 그쳤다. 2008년(2.61%) 이후 14년 만에 가장 낮다. 갈수록 거세지는 자국 중심주의와 보호무역 기류 속에 글로벌 경기 침체마저 심화되면서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제조업 주도로 성장해온 우리 경제는 유례없는 수출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최대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수출 비중은 2019년부터 20%를 회복하지 못하다가 올 1분기에는 13%대로 추락했다. 경기에 민감한 메모리반도체에 편중해 있다가 호황이 끝나니 급격히 휘청대는 것이다. 글로벌 수요 위축에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면서 다른 주력 업종의 수출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30년 가까이 줄곧 흑자를 내던 대(對)중국 수출 기반도 흔들리고 있다. 2019년부터 흑자 규모가 급격히 줄더니 급기야 1분기엔 무역적자가 78억 달러를 넘어섰다. 특히 중간재 분야에서 중국의 기술력이 한국을 따라잡아 우리 제품이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어 심각성을 더한다. 액정표시장치(LCD)는 이미 중국에 추월당했고 미래 먹거리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도 매서운 추격을 받고 있다. 한국의 중간재를 공급받아 중국이 완제품을 수출하는 보완 관계가 막을 내리고 서로 경쟁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10여 년을 주기로 경제 위기가 닥칠 때마다 한국 경제의 회복을 이끈 것은 수출 주도의 제조업이었다. 특정 품목과 국가에 편중된 수출 구조 개혁 없이는 한국 경제의 미래가 밝지 않다. 반도체, 배터리 같은 기존 전략산업뿐만 아니라 전기차, 바이오, 원전 등 경쟁력을 갖춘 제조업을 전폭 지원해 ‘글로벌 1등’ 제품을 늘려가야 할 것이다. 한국의 세계 수출 점유율은 2019년 2%대로 내려앉은 이후 4년째 3%를 밑돌고 있다. 빨리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수출 한국’이 영영 주저앉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