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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울까 코만 살피던 아들”…‘근이양증’ 청년, 4명 살리고 떠나

입력 | 2023-04-17 12:25:00

지난 3월 24일 영남대학교병원에서 곽문섭 씨(27세)가 폐장, 간장, 신장(좌·우)을 기증해 4명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근이양증을 앓던 청년이 장기기증으로 4명에게 새 삶을 주고 세상을 떠났다.

17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곽문섭 씨(27)는 지난달 24일 영남대학교병원에서 폐장, 간장, 신장(좌·우)을 기증하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곽 씨는 지난달 10일 집에 있다가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그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뇌사 상태에 빠졌다.

곽 씨 가족은 회의를 거쳐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가족은 어려서부터 몸이 불편했던 곽 씨의 일부가 누군가의 몸에서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을 다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곽 씨는 근이양증을 앓아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걷기 힘들어 휠체어를 타고 지냈다. 근이양증은 골격근의 퇴화가 진행돼 근육이 약해지는 병이다.

곽 씨는 신체를 자유롭게 움직이기 어려워 20년 넘게 가족의 헌신으로 자랐다. 그는 손가락으로 마우스를 움직일 정도의 근력만 남은 상황에서도 가족의 정성으로 경북대학교 컴퓨터학부를 졸업해 직장을 다녔다. 글쓰기와 홍보 포스터를 만드는 재능기부도 해왔다.

지난 3월 24일 영남대학교병원에서 곽문섭 씨(27세)가 폐장, 간장, 신장(좌·우)을 기증해 4명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가족은 곽 씨에 대해 평소 “긍정적인 생각만 했더니 행운이 따른다”며 늘 밝은 모습으로 생활하던 청년이라고 했다.

곽 씨 어머니 서경숙 씨는 “늘 양보하고 기다리라며 자유롭게 해주지 못한 게 미안하다. 어릴 적부터 엄마가 울까 봐 코만 살피던 아들. 엄마를 위해 태어나준 것 같다”고 말했다.

서 씨는 “엄마에게 태어나준, 짧지만 열정적인 삶을 산 아들아. 하늘나라에서는 아프지 말고 행복하고 자유롭게 살아줘. 엄마는 따뜻하고 이쁜 봄날 먼 여행을 떠났다고 생각할게”라며 인사를 건넸다.

손가인 기증원 사회복지사는 “나에게 닥친 어려움에도 그 역경이 있기에 더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었다는 기증자의 생각에 감동했다. 생명나눔이 전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