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스토어’ 마케팅 비용 논란 기본수수료 1.98~3.63% 징수뒤 추가수수료-키워드광고비 내게 해 탈퇴땐 고객정보 네이버가 독점
#1. 빵집을 운영하는 A 씨(29)는 온라인으로도 푸딩을 판매하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했지만 초반에 방문자가 거의 없었다. 네이버에 특정 검색어를 치면 A 씨의 스마트스토어가 노출되는 키워드 광고를 하면 방문자 유입이 늘어난다고 해서 그는 키워드 광고를 알아봤다. 하지만 광고비가 비싸 결국 포기했다. 그는 “기본 수수료가 낮다고 해서 스마트스토어를 개설했지만 방문자를 늘리려면 큰돈을 들여 광고해야 한다”며 “네이버가 인기 있는 플랫폼이고 소상공인 간 경쟁이 심하다 보니 허무하게 날리는 광고비가 많다”고 했다.
#2. 스마트스토어에서 그림을 판매하는 B 씨는 최근 스마트스토어 대신 단독 몰을 설립하려던 계획을 포기했다. 그림은 소비자들이 자주 구매하는 품목이 아닌 만큼 단골 정보 관리가 중요하다. 하지만 네이버에서 이탈하면 그간 네이버에 쌓인 고객 데이터를 아예 받을 수 없었다. 그는 “개인정보 보호, 판매자 유출 방지 등의 의도는 알겠지만 내가 모은 고객 데이터를 거대 플랫폼에 빼앗기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소상공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가 낮은 수수료를 앞세워 소상공인들을 끌어들이고 있지만 실제로는 추가 수수료를 내도록 유도하거나 고객 데이터를 독점하는 등의 문제가 끊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는 물건을 판매하기 위해 마케팅을 하는 과정에서 매출액의 최대 5%까지 추가 수수료를 내야 한다. 현재 스마트스토어는 네이버페이 사용에 따른 수수료를 규모에 따라 1.980%에서 최대 3.630%까지 징수한다.
여기에 스마트스토어에 올린 상품이 네이버가 자체 운영하는 네이버쇼핑에 노출되게 하려면 수수료 2%가 추가 부과된다. 고객들이 쇼핑라이브를 통해 물건을 사면 수수료 3%가 붙는다. 사업 초반 각종 마케팅이 필요한 점을 감안하면 영세 상인 입장에선 기본 수수료만 내고 매출을 올리기 어려운 구조다.
키워드 광고 비용도 부담으로 꼽힌다. 이는 키워드마다 인기도, 유입량 등에 따라 적게는 50원부터 많게는 10만 원까지 수수료를 내는 광고 방식. 예를 들어 ‘빵’ 키워드에 50원의 수수료가 부과되는 방식이라면 빵으로 검색해 스마트스토어에 들어오는 건당 50원을 수수료로 내야 한다. 인기 높은 키워드는 그만큼 광고비가 비싼데, 네이버 검색 알고리즘에 따라 그때그때 인기 있는 키워드도 달라져 사실상 네이버가 정한 가격대로 지불해야 한다.
고객 정보 독점도 문제로 꼽힌다. 스마트스토어에서는 날짜별로 주문 고객 수, 고객의 성별, 연령대, 등급, 구매한 제품 수 등을 볼 수 있다. 재구매 이력이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정보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탈퇴할 때 모두 삭제된다.
전문가들은 소상공인들은 자체 판로를 확보하기 힘든 만큼 피해를 보면서도 유통 플랫폼에 기댈 수밖에 없는 만큼 플랫폼 갑질 문제 해소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대형 플랫폼 거래 업체 50.7%는 피해를 봐도 거래를 유지했다. 유지를 택한 응답자 중 47.1%는 “불이익이 염려됐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정수정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입점 업체와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는 글로벌 온라인플랫폼과 달리 한국은 플랫폼과 소상공인이 일방적 수혜 관계인 경우가 많다”며 “다양한 방향에서 상생협력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