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위 위원장-여야 간사 등 5명, 佛-스페인 등 방문위해 오늘 출국 국회 내부서도 “재정 걱정 맞나” 여야, 예타 면제 완화 처리 연기 재정준칙 법제화 연계엔 이견
기재위 여야 간사, 무슨 얘기? 17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당 간사 국민의힘 류성걸 의원(오른쪽)과 야당 간사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의원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기재위는 당초 이날 회의에서 예비타당성조사 완화 법안을 처리할 계획이었지만 내년 총선을 앞둔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이어지자 상정을 미뤘다. 뉴스1
국가 재정 건전성 유지를 위한 재정준칙 도입 논의를 30개월째 처리하지 않고 있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18일부터 유럽으로 해외 출장을 떠난다. 재정위기를 겪었던 국가들의 경험을 공유하겠다는 명분이다. 이를 두고 국회에서도 “정말 재정위기가 걱정된다면 재정준칙 처리 시한이라도 정하는 게 먼저”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여야는 17일 기재위에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기준을 완화하는 법안 처리를 연기했다. 내년 총선을 앞둔 포퓰리즘 비판이 쏟아지자 일단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다.
● 기재위, 프랑스·스페인·독일 7박 9일 출장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소속 윤영석 기재위원장과 여야 간사인 류성걸 신동근 의원,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의원 등 5명은 18일부터 27일까지 7박 9일간 프랑스·스페인·독일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기재위 관계자는 “재정준칙 도입과 관련해 재정위기를 겪은 선진국들의 경험을 공유하기 위한 출장”이라며 “외유성 출장은 결코 아니다”고 밝혔다. 이들은 출장에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등을 만나 재정 건전성 및 글로벌 공급망 재편 문제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특히 지난해 국가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1000조 원을 넘어서고, 세수 감소로 4년 만의 ‘세수 펑크(세수 결손)’가 예상되면서 재정준칙의 필요성이 더 커지고 있는 상황. 그러나 여야는 재정준칙 처리에 대한 대략적인 시한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
기재위 관계자는 “재정준칙 도입 문제에 대한 여야 견해차가 여전해 5월 임시국회 내 처리도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출장 기간 재정준칙 도입 필요성을 야당에 집중적으로 설득할 계획”이라고 했다.
● 與野, 포퓰리즘 비판에 예타 완화 연기
여야는 이날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SOC와 연구개발(R&D) 사업의 예타 면제 기준을 현재 ‘총사업비 500억 원, 국비 지원 300억 원 이상’에서 ‘총사업비 1000억 원, 국비 지원 500억 원 이상’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안 처리를 미루기로 했다. 앞서 여야는 12일 기재위 경제재정소위원회에서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지만, 총선을 1년 앞두고 선심성 사업이 남발되는 게 아니냐는 여론의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여당은 예타 면제 기준 완화를 재정준칙 법제화와 병행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예타 면제 완화에 대해 “국민 여론을 충분히 수렴한 후 법안을 신중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의 반대로 미뤄졌던 재정준칙 법제화 논의도 즉시 재개돼야 한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은 재정준칙 법제화에 대해 “재정준칙이 요술방망이냐”며 반대하고 있다. 신 의원은 “건전재정이야 누구나 동의하지만 문제는 지금 경제가 굉장히 어렵다는 것”이라며 “(지금은)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더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자칫 재정준칙 도입으로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 지출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우려다.
한편 추 부총리는 이날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하는 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달 말 종료를 앞둔 유류세 인하 조치는 당분간 연장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