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 일파만파] 변제기준-금액 높였지만 소급 안돼 국토부 “주택 경매절차 일시중단도 이해관계 복잡해 도입 쉽지않아”
17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건축왕’ 전세사기 피해자 중 세 번째 사망자 박모 씨가 거주하던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 아파트 공용 현관에 "전세사기 피해 아파트" 라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인천=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정부가 잇달아 전세사기 방지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이는 전세사기 예방에 치우치고 이미 발생한 전세사기 피해를 구제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9월과 올해 2월 발표된 전세사기 방지 종합 대책에 △경매로 넘어간 주택에 대한 임차인 최우선 변제액 및 변제기준 상향 △연 1~2%대 저리 대출(전세대출 대환대출 포함) △긴급거처 지원 등을 담았다.
하지만 정작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정부 대책에 사각지대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최우선 변제 제도가 대표적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전셋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소액 임차인은 일정 금액의 최우선 변제금을 보장받는다. 하지만 소액 임차인 기준(서울은 보증금 1억6500만 원, 인천은 8500만 원)을 100만 원이라도 넘길 경우 최우선 변제금을 못 받는다. 정부가 변제 기준과 변제액을 모두 높였지만, 소급 적용이 안 되는 데다 최근 2~3년 사이 전셋값이 급등해 지원 기준을 벗어나는 피해자가 많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저리 대출 역시 피해를 당한 집의 전세대출 이자는 그대로 내면서 새로 이사할 집의 보증금을 빌려주는 것이어서 전세사기 피해자의 주거비 부담을 낮춰주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2월 대책에서 기존 전세대출을 저리로 대환대출해주는 상품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은행 시스템 연계 문제로 빨라야 4월 말에야 시행될 예정이다. 주요 시중은행이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 전세대출을 연장하는 방안 역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금 반환 보증을 통해 전세대출을 받은 게 아니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경매 절차 일시 중단’은 현실적으로 도입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도 현재 공매의 경우 조세채권이 선순위 근저당으로, 채권자가 국가인 만큼 공매 절차가 빠르게 진행되지 않도록 할 수는 있다. 다만 경매는 선순위 채권자가 은행이거나 개인인 경우가 많다. 정부가 강제로 경매 절차를 중지시키면 선순위 채권자 권리를 침해하게 된다는 의미다.
특히 모든 피해자가 경매 중단을 원하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도 문제다. 자신이 선순위 채권자인 경우 경매 절차가 빨리 진행되는 것이 유리하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경매를 진행해 보증금을 일부라도 회수하려는 피해자도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관계부처 협의를 해왔지만 이해관계가 워낙 복잡해 결론을 못 내고 중장기 과제로 검토 중인 상황”이라고 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세입자 상황이 천차만별인 만큼 일대일로 밀착해 법률, 심리상담 등을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은 “전세 사기 피해자에 대한 경제적 지원책뿐 아니라 심리 치료 지원책 등도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