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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여야 재정지출 법안 497건, 통과땐 총 418조 든다

입력 | 2023-04-18 03:00:00

21대 의원발의 계류법안 분석
재정비용, 올 예산의 65.5% 규모
대부분 차기 총선-대선前 집행




국회에 계류된 경제 관련 법안이 모두 그대로 통과될 경우 드는 재정지출이 수백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당, 수당 등의 이름으로 특정 대상에 현금을 지급하는 법안들의 영향이 컸다.

17일 동아일보가 한국경제연구원에 의뢰해 21대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경제 관련 계류 법안 1983건을 분석한 결과다. 1983건 가운데 비용추계서가 공개된 법안은 836건이었다. 비용추계서는 발의한 의안이 시행될 경우 소요될 재정 비용을 추산하는 자료를 말한다. 이 중 정부 재정이 순수 지출되는 법안 497개의 전체 추계 비용은 총 418조6200억 원으로 나타났다. 올해 정부 예산 638조7000억 원의 65.5%에 해당하는 규모다. 국회 발의 법안이 최종 통과된 비율은 19대 국회가 31.6%, 20대는 34.2%였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탄소세의 배당에 관한 법률안’의 추산 비용은 229조8600억 원이다. 양정숙 무소속 의원의 ‘농어촌주민 기본수당 지원법안’과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청년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각각 61조9800억 원, 24조8900억 원이 들 것이라고 추산했다.

법안들에 담긴 비용 지출 시점은 2023∼2026년에 집중됐다. 5년 넘게 장기간 재정을 투입하겠다는 법안은 많지 않았다. 2023∼2024년에 전체 비용 중 37.1%가, 2025∼2026년에 43.0%가 투입된다. 2024년 4월에는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2027년 3월에는 21대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특정 계층이나 대상에 선택적으로 현금을 지원하는 법안들은 선거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국가의 한정된 자원은 미래를 바라보고 엄중하게 선택해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탄소세 거둬 국민배당’ 230조… 현금지원 8개 법안 비용 344조


[의원발의 법안 비용 분석]〈上〉 쏟아지는 재정지출 법안
‘농어민 기본수당 월10만원’에 62조
‘청년 40%에 월10만원씩’ 25조 필요
선거前 지출 집중… 표심 겨냥 논란


17일 본보와 한국경제연구원의 계류법안 재정지출 규모 분석에서 비용 지출이 큰 법안들은 대부분 특정 계층이나 대상에 대한 국민 배당 및 지원금 지급을 핵심 내용으로 하고 있다. 비용 지출 규모 상위 20개 법안 가운데 8개가 이에 해당된다. 8개 법안의 추계비용 합산액은 344조 원에 달했다.

● 탄소세 배당 230조 원, 농어촌 주민에 62조 원 현금 지급

재정 지출 비용이 가장 큰 법안은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등 11인이 발의한 ‘탄소세의 배당에 관한 법률안’이었다. 탄소배출량 초과분에 대해 기업들에 부과하는 탄소세 세입 전체를 대한민국 국민과 결혼이민자, 영주 자격을 가진 외국인에게 탄소세 배당의 형태로 지급하자는 내용이다. 향후 5년간 총 229조8600억 원의 재정이 필요하다고 비용추계서를 통해 밝히고 있다.

탄소세 배당의 경우 거둬들인 세금을 분배하는 안인 만큼 재정적으로는 중립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실제 법안을 발의한 용혜인 의원실 관계자는 “탄소세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해 세수 역진성이 발생하는 것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입법 취지를 밝혔다. 그러나 이것이 탄소배출 저감이라는 본래의 정책 취지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논란은 남아 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해서는 산업계에 그 유인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정교한 정책을 짜야 하는데 이 법안은 결국 ‘있는 곳에서 짜내 없는 사람 주겠다’는 임시방편”이라고 지적했다.

두 번째는 무소속 양정숙 의원 등 11인이 발의한 ‘농어촌주민 기본수당 지원법안’이다. 농어촌 주민에게 매월 10만 원씩을 기본수당으로 지급하는 안으로 5년간 총 61조9821억 원이 들어가는 것으로 책정됐다. 세 번째는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의원 등 12인이 발의한 ‘청년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으로, 소득 기준으로 전체 중 100분의 40에 해당하는 청년에게 월 10만 원의 청년수당을 지급하자는 법안에 5년간 약 25조 원이 소요된다. 이외에 주거급여를 확대 지급하는 ‘주거급여법 일부개정안’(7조4143억 원), 제대한 군인에게 지원금을 지급하는 ‘제대군인지원에관한법률 일부개정안’(7조3926억 원) 등이 뒤를 이었다.

이처럼 농민이나 청년, 전역 군인 등 특정 사회적 대상을 선정해 정부 재정으로 지원금을 제공하는 법안에 대해서는 ‘선심성’ 논란이 따른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부 교수는 “현금을 지급한다고 수혜 대상의 생활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다”며 “정책 효과는 미미한데도 미래 세대의 비용을 당겨 쓰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비용 지출 시점, ‘5년 이내’가 대부분

조사 대상 법안들은 발의 시점과 내용에 따라 2020∼2033년 14년간 해당 비용들을 지출하는 것으로 산정하고 있다. 하지만 분석 결과, 실질적으로 2022년부터 2027년까지 6년간 나가는 비용이 406조3696억 원으로 전체의 97.1%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 예상되는 추계비용 합계액은 2024년 83조5000억 원, 2025년 91조7000억 원, 2026년 88조6000억 원으로 3년간 특히 가장 많은 비용이 집중됐다. 2024년 4월 총선과 2027년 3월 대통령선거 사이의 기간이다. 2021년(10억 원), 2022년(4조6000억 원), 2028년(4조6600억 원), 2029년(1조4300억 원) 등에서는 지출 비용이 수직 낙하했다.

큰 금액의 예산이 드는 법안들임에도 불구하고 장기적 관점의 접근보다 발의 후 5년 이내에 대부분 비용이 소요되는 단기적·근시안적 접근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정주 한경연 기업조사팀장은 “과도한 재정 지출은 미래 세대에 부담이 되는 만큼 법안 발의 시부터 신중할 필요가 있다. 또한 비용추계의 내실화를 위한 조치도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개별 법안의 정당성은 차치하더라도 비용의 총액을 산정해 국가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재정 준칙의 필요성을 제시한다.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법안 하나하나의 비용 구조를 검증하는 것은 어렵지만, 법안 발의 과정에서 장기적으로 국가 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심도 있게 고려하기 위해 전반적인 재정 준칙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28일 기준으로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등록된 경제 관련 상임위 의원 발의 계류법안 중 비용추계서가 있는 법안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대상 상임위는 정무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등 7곳이다. 비용추계서 기준 시나리오가 여러 개인 경우 최상위 시나리오를 기준으로 분석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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