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일본 와카야마현 사이카자키 어항에서 예정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선거 유세에 앞서 폭발물을 던진 한 남성이 현지 경찰에 붙잡혔다. 현지 경찰은 이 남성이 ‘기무라’라는 이름을 가진 24세 인물이라고 밝혔다. AP 교도/뉴시스
선거 유세 중이던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향해 폭발물을 투척한 용의자 기무라 류지(24)가 평소 피선거 연령 등 일본 선거제도에 불만을 품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효고현 가와니시에 사는 무직자 기무라는 지난해 7월 참의원(상원) 선거를 앞두고 공직선거법이 정한 피선거권 조건으로 인해 입후보하지 못하는 것이 부당하다며 고베지방재판소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일본에서 참의원 의원과 광역자치단체 지사는 30세 이상, 중의원(하원) 의원과 기초지방자치단체장은 25세 이상이 돼야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 기무라는 지난해 피선거권이 정한 참의원 의원 출마 기준에 연령이 미치지 않았고, 공탁금 300만 엔(약 2900만 원)도 준비하지 못해 선거에 나갈 수 없었다.
지난해 11월 1심 법원은 공직선거법의 연령 요건과 공탁금 제도가 합리적이라고 판단해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불복한 기무라는 항소했다. 오는 5월경 오사카고등재판소의 2심 판결이 예정돼 있다.
기무라는 이 소송을 제기한 뒤인 지난해 9월 자신이 거주하는 가와니시 시의회의 시정보고회에도 참가했다. 당시 행사에는 약 70명이 참석했으며 기무라는 시의원 급여 등을 적극적으로 물었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기무라는 이때 오구시 마사키 중의원 의원에게 “시의원 선거에 나가고 싶지만 나갈 수 없다. 헌법 위반이기 때문에 피선거권 연령 기준을 낮춰야 한다”고 호소했다.
다만 오구시 의원은 요미우리에 “피선거권 문제가 사건을 일으킨 동기인지는 모르겠다”고 밝혔다. 요미우리는 기무라에 대해 “선거제도에 강한 불만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기무라가 수사기관의 조사 내내 묵비권으로 일관하며 범행 동기와 경위 등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수사 당국은 기무라에게 3년 이하 징역이나 50만 엔(약 488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위력업무방해 혐의 외에 형벌이 더 무거운 살인 미수죄를 추가로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기무라의 행위에 살의가 있었는지 여부와 폭발물의 위력이 초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요미우리는 “용의자 자택에서 화약 원료로 추정되는 분말과 금속제 파이프, 공구류 등을 압수한 경찰은 기무라가 폭발물을 직접 만들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폭발물이 설계상의 실수나 화약 상태로 인해 바로 폭발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