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 전광판에 엠폭스(원숭이 두창) 감염에 대한 안내가 나오고 있다./뉴스1
엠폭스는 호흡기 전파를 일으키는 코로나19와 달리 큰 유행은 없겠지만, 밀접 접촉자에 의한 추가 감염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매일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는 것도 지역사회에 숨은 감염자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
18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지난 7일 최초의 국내 감염 확진자가 발생한 뒤 11일 만에 전국 6개 지역에서 11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다른 확진자와 달리 12번째 확진자는 밀접접촉에 의한 N차감염 사례로 볼 수 있다. 이는 방역당국 감시망을 벗어난 지역사회 감염이 일어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인수공통감염병인 엠폭스는 원숭이뿐만 아니라 쥐, 다람쥐 같은 설치류에서 사람으로 전파될 수 있다. 사람 간 전파,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질과 접촉한 경우에도 감염될 수 있다. 태반을 통해 산모에서 태아로 수직감염도 이뤄진다. 미국에서는 설치류 일종인 프레리도그에 물려 감염된 사례도 보고됐다.
대부분은 감염자 비말(침방울)과 코, 구강, 인두, 점막, 폐포로 직접 전파된다. 감염된 동물·사람의 혈액과 체액, 피부, 점막 병변과 직간접 접촉도 전파 원인이다. 바이러스가 포함된 미세 에어로졸을 통해 공기 전파도 이뤄지지만, 그 가능성은 희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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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최소한 의료진에게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증상 초기에 신규 확진자를 찾아낼 수 있다”며 “낙인효과 대책을 마련하는 동시에 의심환자들이 걱정 없이 신고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금 같은 확산세라면 머지 않아 밀접접촉에 의한 N차감염 사례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감염자의 가족 또는 동거인, 성 접촉 등 다양한 감염경로로 엠폭스가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에서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과 코로나19 등 각종 감염병이 가족 또는 동거인에 전파된 N차감염 사례가 많다. 엠폭스도 비슷한 전철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방역당국이 향후 역학조사를 통해 감염원을 밝혀낼 경우 신규 확진자는 순식간에 세 자릿수로 늘어날 수 있다. 지금까지 감염병은 역학조사 단계가 감염원에 가까워질수록 신규 확진자가 큰 폭으로 늘어나는 특성을 보였다.
과거 코로나19는 대구에서 큰 유행이 시작됐으나, 결국 인구가 몰린 수도권에서 집중적으로 신규 확진자가 쏟아졌다. 엠폭스도 전국 단위로 확진자가 발생하더라도, 결국 수도권에서 대거 감염자가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질병청은 지난 13일 엠폭스 위기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했다. 신상엽 KMI한국의학연구소 수석상임연구위원(감염내과 전문의)은 “낙인효과 때문에 검사나 신고를 꺼리는 감염자가 있을 것”이라며 “결국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에서도 성병처럼 토착화해 계속 감염자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