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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차감염 시작한 엠폭스…지역사회 숨은 감염자 쏟아진다

입력 | 2023-04-18 16:49:00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 전광판에 엠폭스(원숭이 두창) 감염에 대한 안내가 나오고 있다./뉴스1

엠폭스(MPOX·원숭이두창)가 지역사회에서 본격적인 N차감염(연쇄감염)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확실한 감염원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신규 감염의 밀접 접촉자가 확진 판정을 받고 있어서다.

엠폭스는 호흡기 전파를 일으키는 코로나19와 달리 큰 유행은 없겠지만, 밀접 접촉자에 의한 추가 감염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매일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는 것도 지역사회에 숨은 감염자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

18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지난 7일 최초의 국내 감염 확진자가 발생한 뒤 11일 만에 전국 6개 지역에서 11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특히 13번째 확진자는 경남에 거주하고 있는 내국인이며 12번째 확진자의 밀접접촉자로 밝혀졌다. 방역당국은 12번째 확진자 역학조사 중 피부병변 등 의심증상이 있는 밀접접촉자를 확인해 즉각 검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양성으로 확인돼 지난 15일 확진자로 판정했다.

다른 확진자와 달리 12번째 확진자는 밀접접촉에 의한 N차감염 사례로 볼 수 있다. 이는 방역당국 감시망을 벗어난 지역사회 감염이 일어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인수공통감염병인 엠폭스는 원숭이뿐만 아니라 쥐, 다람쥐 같은 설치류에서 사람으로 전파될 수 있다. 사람 간 전파,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질과 접촉한 경우에도 감염될 수 있다. 태반을 통해 산모에서 태아로 수직감염도 이뤄진다. 미국에서는 설치류 일종인 프레리도그에 물려 감염된 사례도 보고됐다.

대부분은 감염자 비말(침방울)과 코, 구강, 인두, 점막, 폐포로 직접 전파된다. 감염된 동물·사람의 혈액과 체액, 피부, 점막 병변과 직간접 접촉도 전파 원인이다. 바이러스가 포함된 미세 에어로졸을 통해 공기 전파도 이뤄지지만, 그 가능성은 희박하다.

ⓒ News1

현재 국내에서는 성소수자 간 밀접한 신체 접촉으로 인해 신규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당국은 낙인효과를 우려해 신규 감염자의 동선과 정보를 공개하는데 극도로 조심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감염병 전문가들은 해외에서는 이미 성소수자를 중심으로 엠폭스가 유행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지역사회 감염이 발생하고 있어 의료진에게 정확한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최소한 의료진에게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증상 초기에 신규 확진자를 찾아낼 수 있다”며 “낙인효과 대책을 마련하는 동시에 의심환자들이 걱정 없이 신고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금 같은 확산세라면 머지 않아 밀접접촉에 의한 N차감염 사례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감염자의 가족 또는 동거인, 성 접촉 등 다양한 감염경로로 엠폭스가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에서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과 코로나19 등 각종 감염병이 가족 또는 동거인에 전파된 N차감염 사례가 많다. 엠폭스도 비슷한 전철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방역당국이 향후 역학조사를 통해 감염원을 밝혀낼 경우 신규 확진자는 순식간에 세 자릿수로 늘어날 수 있다. 지금까지 감염병은 역학조사 단계가 감염원에 가까워질수록 신규 확진자가 큰 폭으로 늘어나는 특성을 보였다.

지역사회에 엠폭스가 퍼지고 있다는 점도 예사롭지 않다. 인구가 많은 서울과 경기도뿐만 아니라 경상북도, 대구시, 경상남도, 전라남도 등 사실상 전국 단위로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는 상황이다. 기존 감염병 사례를 비춰볼 때 엠폭스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산할 전망이다.

과거 코로나19는 대구에서 큰 유행이 시작됐으나, 결국 인구가 몰린 수도권에서 집중적으로 신규 확진자가 쏟아졌다. 엠폭스도 전국 단위로 확진자가 발생하더라도, 결국 수도권에서 대거 감염자가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질병청은 지난 13일 엠폭스 위기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했다. 신상엽 KMI한국의학연구소 수석상임연구위원(감염내과 전문의)은 “낙인효과 때문에 검사나 신고를 꺼리는 감염자가 있을 것”이라며 “결국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에서도 성병처럼 토착화해 계속 감염자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