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국내에서 첫선을 보인 스마트폰은 2010년 4월 나온 갤럭시A다. 구글의 안드로이드(Android)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한다고 해서 A가 붙었다. 이때부터 갤럭시 스마트폰엔 구글의 검색엔진이 기본으로 장착됐다. 독자적 운영 생태계를 구축한 애플에 맞서 두 회사의 동맹이 시작된 것이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를 위해, 구글은 갤럭시를 위해 각각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최적화하며 손을 잡아 왔다.
▷그런데 13년간 이어져 온 두 회사의 밀월 관계에 이상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기본 검색엔진을 구글 대신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빙’으로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한 것이다. 삼성 측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다. NYT도 “교체가 확정되지는 않았다”고 했지만, 생성형 인공지능(AI)을 등에 업고 구글의 독주를 위협하고 있는 MS의 존재는 확인된 셈이다.
▷요즘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 시장을 주도하는 건 한때 혁신과 멀어 보였던 MS다. MS는 챗GPT 개발사 ‘오픈AI’에 120억 달러(약 16조 원)를 투자해 사실상 경영권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AI와 손잡고 사나흘에 한 번꼴로 신규 AI 서비스를 선보일 정도다. 최근엔 자사 검색엔진 빙에 챗GPT를 탑재한 AI 검색 서비스를 내놨다. 새로운 빙은 1시간 전에 올라온 소식까지 분석해 최신 정보를 제공하도록 설계됐다. ‘뉴 빙’을 공개한 날 MS 최고경영자는 “검색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열린 날”이라고 자평했다.
▷이런 상황에서 스마트폰 검색엔진마저 빙으로 교체될 경우 검색시장의 절대강자가 뒤바뀌는 건 시간문제다. 구글이 포털의 대명사였던 야후를 대체하고 애플 아이폰의 등장으로 노키아, 모토로라가 몰락한 것처럼 AI 주도권 경쟁에서 밀려나는 기업은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도 있다. 삼성전자가 검색엔진 사용료로 구글에 매년 지불하는 돈이 30억 달러(약 4조 원)라고 한다. 생성형 AI가 글로벌 빅테크의 판도를 뒤흔들면서 이를 둘러싼 ‘쩐의 전쟁’도 시작됐다.
정임수 논설위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