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 68m 높이에 설치된 교량 가파른 회전도로로 공포감 조성 추락 위험 등 안전 문제는 없어 우회 안내 표지판 설치 협의
부산 영도구 부산항대교 진입도로가 운전자 사이에서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아찔하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급경사인 데다 높은 지점에서 360도를 회전해야 하는 도로의 특성 때문이다. 부산시는 안전 표지판 설치 등의 대책 추진에 나섰다. 사진은 17일 부산항대교 진입도로의 모습.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롤러코스터에 탄 것처럼 아찔해요.”
17일 부산 영도구 청학동 부산항대교 진입도로(진입램프). 차를 몰던 현모 씨(38)는 회전형 도로가 가까워지자 긴장하며 이렇게 말했다. 평지 도로인 HJ중공업 앞 태종로에서 해상 60m가 넘는 높이의 부산항대교에 오르려면 이 진입램프의 회전형 도로를 거쳐야 한다.
이날 기자는 현 씨의 차량 조수석에 타고 부산항대교에 올랐다. 교량 상부로 향하는 550m 길이의 진입램프는 매우 가팔랐다. 폭 5.5m의 직선 진입도로 300m를 이동하고 마주하는 250m의 회전형 도로 구간은 특히 아찔했는데, 높은 상공에서 큰 원을 그리듯 운행해야 교량 위에 다다를 수 있었다. 회전형 도로에서 서행하던 현 씨는 철제 방호울타리 밖의 까마득한 아래의 바다를 보며 “이렇게 아찔한 도로는 세계에서도 드물 것”이라면서 “이곳을 처음 찾는 초보 운전자는 크게 당황하거나 겁먹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14년 개통된 부산항대교의 상판 높이는 아파트 20층과 맞먹는다. 교량 상판의 최고 높이는 해상 68m에 달하는데, 초대형 크루즈선이 교량 아래를 통과할 수 있도록 이렇게 높게 지어졌다고 한다. 부산시 관계자는 “교량 아래 평지 도로에서 높은 상판까지 차량이 효율적으로 오를 수 있게 하려면 회전형 램프가 직선형 램프보다는 급경사를 완화할 수 있어 이처럼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하늘로 오르는 듯한 급경사와 회전형 램프에서 보이는 아찔한 전망 탓에 많은 이들이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부산시는 최근 한 달간 부산항대교 진입램프와 관련한 온라인·전화 민원은 총 5건 접수됐다고 밝혔다. 민원 제목은 △부산항대교 램프 가드레일 높이 조정 건의(3월 20일) △공포의 부산항대교 진입도로(3월 26일) △너무 무서운 부산항대교(4월 6일) 등이었다. 진입램프로 들어설 때 두려움을 완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달라는 것이 민원의 핵심 내용이었다.
추락 위험 등의 안전상 문제는 없다는 게 부산항대교 운영사 측의 설명이다. 북항아이브리지㈜는 “방호울타리는 한국교통안전공단의 강도성능 평가에서 SB5를 받아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SB5 등급은 14t의 차량이 시속 80km 속도로 충돌했을 때도 버틸 수 있는 강도를 뜻한다.
전문가들은 “운전자의 심리적 불안감을 덜어줄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최재원 도로교통공단 부산지부 교수는 “운전자가 회전 구간 아래의 바다를 보지 못하도록 가림막을 설치하는 대책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며 “다만, 강풍이 불 때 가림막이 떨어져 차량을 덮쳐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충분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