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에서 세 번째)이 지난해 8월 16일(현지 시간) 수도 워싱턴 백악관에서 상·하원 민주당 지도부가 모인 가운데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서명하고 있다. 미 재무부가 17일 발표한 IRA에 따른 보조금 지급 대상 전기차 16종은 모두 미국 브랜드였다. 워싱턴=AP 뉴시스
현대자동차·기아를 비롯한 해외 전기차들이 그제 미국이 발표한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전부 제외됐다. 미국 재무부가 발표한 16개 보조금 지급 대상 리스트는 테슬라와 포드, GM 같은 미국산 차량으로 채워졌다. 이에 따라 한국 전기차는 최대 7500달러에 이르는 보조금을 받지 못한 채 미국차와 불리한 경쟁을 벌이게 됐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면서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 전기차가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IRA가 규정한 ‘북미 현지 조립’ 및 배터리 관련 규정을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IRA 세부 요건에 따르면 배터리 부품은 북미에서 제조·조립된 비율이 50% 이상, 핵심 광물은 미국 혹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40% 이상 확보해야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앨라배마에서 생산되는 현대차 GV70도 배터리 규정에 걸려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빠졌다.
이는 IRA가 결국 자국 업체들에 유리하게 짜여 있음을 확인시켜준 것이나 다름없다. 더구나 배터리 요건은 2029년까지 단계적으로 강화되는 데다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해외우려단체’ 조항도 뇌관으로 남아 있다. 독일과 일본 등 다른 해외 업체의 전기차들도 모두 제외됐다지만, 한국 전기차는 테슬라에 이어 미국 시장 점유율 2위를 지켜온 주요 플레이어여서 피해가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IRA가 발효한 것은 지난해 8월이다. 늑장 대응으로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정부는 8개월에 걸친 대책 마련과 협상에서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수출 타격이 크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리스 등 상업용 전기차 부분의 일부 규정 완화에 만족한 채 긴장의 고삐를 늦추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당장 IRA 개정은 어렵겠지만 적용 유예 등의 대안을 논의할 여지는 남아 있다. 이달 말 한미 정상회담에서 반드시 성과를 낸다는 각오로 임해야 할 것이다.